주식시장이 탄탄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자체선거등의 주변 요소들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외국인한도확대라는
순풍을 등에 업고 주식시장은 내부기반을 견조하게 다져가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데는 주변자금사정의 호전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탐에 따라 7개월여간의 조정을 받는 사이에
주식시장을 이탈했던 자금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수요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이 7월들어서만 3천억가까이 증가하면서 1백여일만에
2조3천억을 넘어섰다.

지자체선거를 통해 우려했던 시중자금확대나 물가상승이 일어나지
않아 금융긴축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다소 진정되고 있는 것도 주식시장의
호재다.

총통화(M2)증가율이 대규모 선거에도 불구하고 7월초 현재 평잔으로나
말잔으로 모두 15%선에 머물고 있다.

대신 시중자금사정도 안정을 보이면서 시중금리는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외국인들이 투자한도추가확대에 따라 이달 들어서만 7억달러
(약5천2백억원)가량을 국내에 새로 들여왔다.

이들 자금의 유입이 고객예탁금증가에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일반투자자들의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되면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백억원에 달하는 뭉칫돈들이 속속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자산종합과세와 이달부터 실시되고 있는
부동산실명제에 따라 세금도피처(tax heaven)을 찾아 큰 손들이 이동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같은 자금흐름은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증대시키고 시장내부의 자금
선순환으로 이어지면서 주가의 상승탄력성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여기에 당일매매가 허용됨에 따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작년11월초의
상승장에 버금가는 수준에 육박하는 활황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고객예탁금에 대한 거래대금회전율이40%를 웃돌고 있는 것은 이같은
시장에너지충전을 반영하는 것이다.

최근의 장세가 주식시장주변자금확충에 힘입은 부분이 크다는 점에서
하반기 장세를 점치는데는 시중자금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를 예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다.

사실 주가와 주식시장자금사정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식의
불분명한 인과관계를 띄지만 서로 양(+)의 관계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주가가 오르면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또 풍부한 유동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다.

주가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주는 것이 고객예탁금이다.

작년 11월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고객예탁금은 거의 1조7천억원
가까이 빠져 나가면서 주식시장의 수요기반을 크게 악화시켜 주가반등을
사실상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은 시장상황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최근과 같이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는 동안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의 경험을 비춰 볼 때 고객예탁금은 올 하반기에 1조원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고객예탁금은 작년 가을 활황기때와 비슷한 수준인 3조원이상
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고객예탁금증가에 영향을 줄 변수가 시중금리(채권수익률)다.

이 둘은 부(-)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고객예탁금이 얼마나 늘어날 지는 시중자금사정과
그에 따른 시중금리가 얼마나 안정되느냐에 달려 있다.

시중금리는 자금의 수요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의 총통화증가율이 15%선에서 안정을 보이고 있는 한 올해 억제
목표를 16%로 잡고 있는 통화당국으로서는 긴축의 필요성을 주장할
명분이 없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통화정책기조는 물가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지만 최근의
물가는 지극히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 자금공급상의 애로는 없는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수요가 문제이나 최근 한자리수로 떨어진 콜금리추이에서 볼 때
시중자금수요는 총통화증가율이상으로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기업의 고정설비투자가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 자금수요압박을
완화시켜 주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복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전망에 따르면 기업들의 설비투자증가율은 상반기의
26.4%에서 19.9%로 꺽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최근 기계류수주나 자본재수입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데서도
알 수 있다.

이같은 기업들의 투자둔화와 함께 선거특수가 제거된 상황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시중자금수요는 상반기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시중금리의 지표역할을 하는 3년만기회사채수익률은 최근
14.5%밑으로 떨어 진 데 이어 하반기에는 13%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시중금리가 떨어지면 시중자금은 현재 탄탄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으로 보다 높은 수익성을 찾아 옮겨 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금리의 하향안정세는 외국인들의 주식투자자금유입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연준리(FRB)가 연방기금금리(FFR)를 3년만에 인하하는 등
미국내 금리가 내리면서 미국계자금이 신흥자본시장으로 투자대상을
옮기고 있으나 동남아주식시장에 비해 한국증시가 소외됐던 것은
높은 국내금리때문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외국인투자한도추가확대와 함께 국내금리의 하향안정
전망이 뚜렷해 짐에 따라 미국계자금을 비롯한 외국자금의 유입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 들어 올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자금은 최소한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국내증권업계의 희망섞인 전망이다.

국내외증권사들이 앞다퉈 설정하고 있는 갖가지 외수펀드들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같은 업계의 대를 뒷받침해 준다.

금융자산종합과세와 부동산실명제도 주식시장에는 더할 나위없는
호재다.

내년부터 부부합산으로 연간4천만원이상의 이자소득을 얻고 있는
경우 종합소득과세로 높은 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뭉칫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는 고액저축자들이 현금자산의 포트폴리오재구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일반인들은 재산3분법에 따라 금융상품 부동산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금융상품이 종합과세대상에 포함되고 부동산이 실명제실시로 넉넉한
수익률을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결국 주식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종합과세대상의 현금자산은 31조원정도로 추산되며 이중 12조원
가량이 올해 말까지 금융기관을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자금이 채권이나 주식시장으로 옮겨 올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의 주식투자성향이 소득의 8%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금자산은 최소한 2천4백억원
규모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증권업계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기대를
거는 것은 이 자금이 증시기반을 더욱 단단히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주변자금사정을 감안,증권업계는 올
연말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거뜬히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계 경제전문통신인 나이트리더도 연말 종합주가지수를 최고
1,100포인트로 점치고 있다.

<이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