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한도 확대가 이번 주말 시행된다.

고객예탁금이 2조대에서 몇달째 정체를 보이고 거래량 또한 바닥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침체된 주식시장에 외국인한도 확대라는 재료는 새로운
수요세의 등장이라는 차원에서 그동안 기대를 모아왔다.

하지만 한도확대라는 자장권안에 주식시장이 놓여있음에도 주식시장의
활기는 살아나질 않고 있다.

지난해와 같이 외국인 선호 블루칩을 대상으로 한 선취매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외국계 자금 유입의 증가세도 눈에 띠지 않는다.

각 증권사 국제영업담당 임원및 부장들은 이같은 현상의 원인을
국내외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들의 기본적인 시각에서 찾는다.

[[ 장세판단 ]]

동서증권의 김두표이사는 외국인들이 지방선거후 큰 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히고 경제변수 상장기업의 EPS(주당순이익)등 기본적
요소가 장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게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이사는 특히 정부규제 및 수급상황에 의해 장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증시의 동향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국계 자금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여 나가고
있으나 미국증시의 활황국면이 지속되면서 대규모 자금 유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게 한신증권의 홍충수국제영업부장의 지적이다.

현대증권의 이태석국제영업부장같은 이는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현재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쪽에 세일즈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지방자치제선거 또한 외국인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미칠 변수가운데 하나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지자제선거의 정치적측면에 대해선 크게 우려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보다는 오히려 선거이후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LG증권 박병문국제영업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이 과열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현재 정부의 경기에 대한 공식적 입장이 선거이후 돌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경우 경기안정을 위해 정부가 취할
통화긴축이 가져올 충격을 최대 악재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사실상의 완전개방이라고 볼 수 있는 이번 15%까지의 한도확대에도
불구 CB전환물량 DR발행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주식중 상당
부분의 주식매입이 불가능해진 것에 대한 불만도 없지않다.

[[ 장기전망 ]]

외국인들의 국내증시 참여가 단기적으로는 이처럼 관망 내지 불투명
쪽으로 기울고 있어도 한국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중장기적 낙관론은
변함이 없는 듯하다.

외국인들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해 상당기간
동안 7%의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주가수준도
아시아 신흥공업국중 홍콩다음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의 이기영국제조사부장)

이에따라 외국인들이 현재의 증시조정국면을 기업의 실적악화에 따른
구조적인 주가하락이 아니라 유동성부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이부장의 언급은 새길만하다.

김윤식고려증권 국제영업부장도 "최근 수개월간의 약세장을 선거후
정부의 통화환수 물가불안등의 부정적 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외국인들의 시각을 들고있다.

다만 김현전동양증권 국제영업부장의 지적처럼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낙관적 전망을 낳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증시에 플러스 효과를 주기
위해서는 금리하락등이 전제가 될 필요가 있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 자금유입규모 ]]

LG증권의 박부장은 "장세침체까지 겹쳐 당초 7월중 1조원정도로
예상되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추가유입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 전망"
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국가별로는 개방초기에 대거 유입됐던 영국계보다는 미국계의 신규
투자자금이 주로 들어올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본계 자금은 한도확대와 함께 다계좌개설이 허용되긴 했지만 세금문제
등으로 인해 대한투자도 당장 크게 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대증권의 이부장은 "지난12월 한도확대시 외국인들이 블루칩 매입후
큰 손실을 경험해 2차 한도확대시와는 달리 투자자금이 순차적으로
유입"되리라고 보고있다.

증권관계자들은 외국인들이 국내증시에 두드러지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매수타이밍에 대해서도 더욱 신중한 양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 선호종목 ]]

물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몰릴 종목은 지금까지의 선호종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전등 국민주,삼성전자 현대자동차등 핵심블루칩,롯데제과 고려화학등
저PER주,일부 금융주등은 여전히 조기에 한도가 소진될 종목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증권의 구자삼국제영업담당이사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증가율을 주요 매수판단 척도로 중요시하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전제하고 "기존의 인기종목외에 선경인더스트리 진로 아세아시멘트
현대자동차써비스 대한항공등에도 매수세 유입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미국의 최대 큰 손인 조지 소로스가 방문했던 기업들인
삼성전관 오뚜기식품 동부제강 동양석판등도 눈여겨 볼만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쌍용증권의 손병태국제영업부장은 핵심선호종목에 대한 한도가 조기
소진될 경우 외국인들이 점차 중저가대형주와 실적호전주에 대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면서 하반기이후 국내경기의 연착륙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은 금융 건설 및 도소매 음식료등 내수관련주에도
관심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인들은 성장성있는 소형주에도 관심을 보인다는 견해(제일증권
오치열국제영업팀장)도 있다.

결국 내재가치 위주의 기존투자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