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가 부실 또는 허위로 작성된 회계감사보고서를 믿고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본 경우 공인회계사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은 부실회계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첫
확정판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판결은 또 기업과 회계사간에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분식회계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돋보인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난4월 한국강관과 청운회계법인이 분식결산 및
부실감사의 책임을 지고 투자자 15명에게 2억3천여만원을 배상,소송을
취하받은 사례와 맞물려 증권가및 감사인업계에 경종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흥양사건과 유사한 소송으로 법원에 계류중인 신정제지사건등
다른재판의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인정한 원심판결내용은 <>부실감사를 한 회계사의 책임범위
<>주가하락에 따른 투자자손실과 부실회계감사의 상관관계등에 대한
판단이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법원은 우선 손해배상액을 주식취득가와 시장가격과의 차액이라고
밝혔다.

시장가격의 기준시점을 어느때로 보느냐에 대해 법원은 "소송이 걸린후
변론이 종결되는 때"라고 봤다.

이때의 가격이 시장가격이라는 것이다.

즉 주식을 산후 팔지 않고 그대로 보유한 경우,재판에서 변호사가
마지막 변론을 한 날의 가격이 시장가격이 되는 것이다.

법원은 변론종결전에 주식을 팔았을 경우에 대해서도 손해배상범위를
밝혔다.

투자자가 소송을 걸기전에 혹은 소송을 건 후 변론종결전에 주식을
처분했을 때는 그 처분가격이 기준가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때 회계사들이 책임져야 할 배상범위는 취득가격에서 처분가격을
뺀 금액인 셈. 법원은 이와함께 투자손실과 부실감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판단했다.

당초 피고 회계사들은 흥양의 주가하락이 법정관리신청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원고투자자들이 주식을 산 91년 7월15,18일이후 주가가 떨어진
것은 감사보고서내용과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투자자들의 손실은 주식시장의 침체에 인한 결과라는 논리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법원은 한마디로 일축했다.

원고투자자들은 "감사보고서의 허위기재에 영향을 받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본 것이다.

법원은 적자를 흑자로 분식회계하고 부채규모를 줄여 부실회계감사를
한 탓에 흥양의 주식 1주당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과대평가됐고
투자자들이 이를 믿고주식을 샀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법원은 특히 회계사들이 손해배상액 산정에 당시 주가하락추세가
감안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배상액을 깎을 만한 정도가 아니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흥양과 유사한 소송으로 법원에 계류중인 사건으로는 신정제지사건,
영원통신사건,한국강관사건등이 있다.

신정제지사건은 2심에서 원피고간에 치열한법정공방이 전개되고 있다.

영원통신사건은 제소당한 산동회계법인이 "회계감사인에게 무조건
배상책임(무과실책임)을 지도록 한 증권거래법 제197조 1,2항과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7조2항이 위헌"이라고 주장,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여부를 다투고 있다.

또 한국강관사건은 투자자와의 합의에 따른 소송취하이후 김진호씨(전남
완도군 완도읍)등 다른 투자자들이 3건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현재
서울지법에 계류중이다.

이들 소송은 회계사뿐아니라 회사측과 감독기관인 증권감독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관련,고승덕변호사는 "투자자들은 공인회계사의 부실감사 사실을
안 날로부터 1년이내 혹은 부실감사보고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3년이내에
소송을 내야 한다는 시효상의 제한이 있기 때문에 소송을 낼 때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기완·한은구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