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분식결산등 작위적인 부실회계를 막기위한 제도이다.

만약 감사자체가 부실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부실감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들어 부실회계를 이유로 잇딴 소송에 휘말리고있는 공인회계사
업계가 스스로 던져보는 한숨섞인 질문이다.

기업의 힘이 세진 요즈음들어서는 회계감사가 누구를 위한 감사인지
선뜻 답하기 힘들정도라는게 공인회계사들의 하소연이다.

현행 자유수임제하에서는 회계사 자신은 물론 불특정 다수를위해
양질의 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신이 속한 회계법인에수익을 안겨주기위해선 선택권을 쥔 기업의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하기보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최대한의 범위에서 고객의 요구를 반영시켜주는 관행이 뿌리를 박았다.

공인회계사회 남상묵이사는 엄격한 회계감사를 높이 사 회계사를
선택하는 기업은 없다고 말한다.

공인회계사들의 수난이 시작되면서 젊은 회계사를 중심으로 부분적으로
배정제를 부활해야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있다.

배정제란 증권감독원등이 회계감사대상업체의 감사를 특정회계법인에
맡기는 제도.

현재도 상장사중부채율이 지나치게 높거나 대주주지분율이 높은 업체
에겐 배정제가 적용된다.

배정제 필요성의 명분은 간단하다.

현행제도로는 올바른 회계감사를 할수없다는 논리다.

실질적 권한은 없이 책임만 무한하게 지게 해서야 곤란하다는 얘기다.

S회계법인소속의 K공인회계사는 경기도 안산소재의 한 상장업체의
회계감사에서 좌절을 맛봐야했다.

관계사대여금을 계상하려했으나 경리부장이 세무상의 불이익과 주총문제
등을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명했다.

계열사의 어음을 투금이할인해주고 해당기업어음을 되사주는 방식으로
계열사에 돈을 빌려주는 편법을동원한 만큼 눈감아줄수 있지않느냐는
얘기였다.

"올해만 볼 것도 아닌데."라는 꼬리를 감추는 한마디가 공익과 공정을
목숨처럼 중시해야하는 회계사의 윤리를 송두리채 흔들어놓는다.

비슷한 상황에서 나오는 결론은 한가지. 고객이 회계법인을 선택한
만큼 회계감사도 원하는 방식으로 해줘야한다는 것이다.

요구를 거절할 경우 감사에 응해줄 회계법인은 얼마든지있다.

A회계법인에서 3년째 근무해온 P공인회계사는 2년전의 C사건이나 최근
부도를 낸K사등의 경우도 관계사에 대한 어음대여계상여부을 문제삼으면
실제로 공인회계사 입장에서 당할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공인회계사세계에서 나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그룹회장이 공인회계사를 모아놓고 질문을 했다.

"1+1은""정답은 회장마음".

회장마음에 드는 "정답"을 말한 공인회계사가 그룹의 회계감사를 맡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정상적인 회계감사가 불가능할때도 있다.

O회계법인소속 S공인회계사는 회계감사를 목적으로 지난2월 경기도
안양소재의 한회사를 찾았다.

그러나 결산자체가 준비돼있지않아 철수하고 의견불가를 내렸지만
씁쓸한 맛을 감출수없었다.

배정제에 대한 집념은 30대의 젊은 공인회계사들일수록 강하다.

이들은 엄격한 엄격한 회계감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적어도 상장회사나
비영리법인의 경우는 배정제가 적용돼야한다고 주장한다.

고객을 상대로 호기를 부리는등 옛 영광을 되찾기위한 욕심을 내서가
아니다.

회계감사의 부실문제는 제도 자체에서 처방을 찾아야지 공인회계사의
자질과 윤리를 문제삼으면 개선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부실회계문제가 나올때마다 배정제도입의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메아리없는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곤 했다.

젊은 공인회계사들과 파트너및 회계법인의 입장이다르고 기업들의
결사반대등 당사자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 이익원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