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맨들의 정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각계 각층에 전달된다.

증권가 정보에 대한 수요층이 두텁다는 얘기다.

일차적인 정보 수요처는 영업부서 사람들. 영업에 직접 활용해야하는
"전방의 소총부대"로서는 정보가 중요한 탄약이 아닐수 없다.

동료들에 대한 정보전달은 팩스나 단말기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보통.

그러나 주가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중요한 정보는 "체온식"전달방식이
활용된다.

다시말해 평상시의 친분정도가 정보전달 순위를 결정짓는다는 뜻이다.

이럴때는 항상 "너한테만 알려주는 얘기"라는 접두사 아니면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기업외적인 정보,즉 "사이드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각양각색.
증권사 경영층이나 그룹기조실은 물론 정치권까지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S증권에서 사장을 지낸 K씨는 "사이드정보"를 중요시하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당시 K사장밑에서 정보맨으로 활동했던 모씨는 "정치적인 야망이
강했던 만큼 정가동향을 알려는 욕구가 높았고 그래서 정보맨들의
활동은 주로 정치권 정보에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했다"고 회고한다.

이럴 경우 정보맨들은 경영자의 친위부대로 바뀐다.

자금지원이 확실하게 이뤄지고 인사고과때는 가점을 보장받게 된다.

그룹기조실도 "사이드정보"의 빼놓을수 없는 수요자.

어떤 정책이 시행되느냐에 따라 기업체의 사활이 결정되는 사례가
많았던 터라 증권가에 나도는 각종 정보에 민감해지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

그룹기조실의 정보욕구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은 선거때라고 정보맨들은
입을 모은다.

우군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사전에
지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8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고참정보맨 B씨가 겪은 경험담.

"선거를 몇달 앞두고 그룹기조실로부터 긴급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후보별 지지도를 알아봐 달라는 거였지요. 정보팀 전원이 동원돼서
한달여동안 선거구별로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그룹기조실이 자체조사팀과는 별도로 증권사 정보팀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은 후보별 당선가능성을 여러각도에서 파악해 보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룹기조실에 있어 증권사 사이드정보는 여러
정보채널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인원과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증권사 정보망을 능가하는
채널을 자체적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 어떤 정보가 나도는지 알아보기 위해 상호협력체제는
유지하고 있다.

정보수집능력을 인정받는 정보맨들은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 상식을
뛰어넘는 수요처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않다.

정보맨들 사이에서 "어느 증권사 누구는 성층권과 줄을 대고 있다더라"
는 얘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다.

증권감독원 증권거래소등 관계기관도 빼놓을수 없는 정보수요자.

작전,대주주 농간등 이상매매를 파악하는데 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원들을 정보회의에 내보내 정보창조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증권관계기관들은 증권사 정보맨들로부터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는다.

바람막이를 확보해 두려는 정보맨들의 심리탓일 것이다.

이런 연유로 증권감독원은 한때 정보기관을 능가하는 인물정보를
가졌다는 평을 들은 적도 있다.

일반인들에겐 증권거래소가 엄청난 정보의 보고로 비쳐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