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직원들 특히 영업부나 지점,그리고 인수부등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고달프다.

이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은 당사자들이 아니면 헤아리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를 아는 사람들의 설명이다.

이들의 개인별 부서별 실적보고서를 들여다보며 호통이나 칠수있는
위치의 사람들은 증권사가 편하기 이를데 없는 직장이지만 그런
위치에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된 숫자다.

결국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끊임없는 정신적 스트레스상태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고 봐야한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증권사 직원들을 이른바"작전의 세계"와 이에따른 한없는 "번민의
장"으로 내모는 것은 다름 아닌 "실적경쟁"이라는 것이 증권사 직원들의
주장이다.

"되지도 않는 견강부회로 순진한 일반개인 투자자들을 손해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기 보다는 프로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크게 한탕튀겨 실적도 올리고
개인적인 이재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증권사직원들이
있겠느냐"는 것이 H증권 S상무의 지적이다.

"이게 아닌데."하면서도 지점장실 벽에 걸린 직원1인당 약정현황표를
의식하면 어쩔수 없다는 얘기다.

D증권사의 P지점장.그는 본사에서 투자분석등의 업무를 전담하다
작년10월께 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때는 정보통으로 이름을 날렸건만 이제는 본사에 불려들어가기부터
망설여지는 그다.

한달에 한번씩 열리는 지점장회의에서는 실적이 미진하다는 사장의
질타를 받아야 했고 수시로 걸려오는 영업담당 상무의 전화도 감수해야
한다.

"작전"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는 그이지만 단기고수익과 약정
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수 있는 작전의 유혹을 마다할수
없다.

직원들에겐 늘 "조심하라"는 말을 되풀이는 스스로의 처지를 안타까워
할수밖에. 증권사 법인부직원들. 기관들의 매매주문을 전담하는 이들은
장이 마감되면 더 바빠진다.

기관의 펀드매니저들을 만나 원수같은 술집을 들락거리며 "장외영업"에
신경을 써야 하는 탓이다.

영국계 B증권 서울지점에 근무하던 이과장.그는 작년5월 은행 투신
보험권의 펀드매니저를 만나 "영업차원"의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그는 삼부토건을 유망종목으로 지목했고 공시지가로 5천억원선에
불과한 이회사의 자산가치를 1조7천여억원으로 추정한 것.

그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증권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검찰에 고발돼
벌금을 물어야 했다.

매수권유를 받은 은행등 3개기관에선 모두1백53만주를 사들이고
60만주를 내다팔았다.

주가는 작년5월초의 1만2천원에서 2개월만에 4만원까지 폭등해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종목추천대가로 이과장은 16만주의 기관약정을 올렸다.

끊임없는 정신적 스트레스하에 있는 사람들이 증권사직원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증권사보다는 다소 나을지 모르지만 펀드매니저들도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밤마다 가위눌리는 사람들이다.

고객의 요구든 당국의 요구든 "오르지 않으면 올려야 한다"는게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다.

투신권에서 내로라하던 펀드매니저 K씨. 그는 "지난90년대초반의 대세
하락기간 동안 막대한 손실로 냉가슴을 앓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털어놓는다.

어떤 형태로든 주가가 오를(올릴) 종목을 사들여야 하는 그는 때로
작전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곤 했다.

어찌보면 작전과 주가상승은 증권맨에겐 끝없는 숨바꼭질인지 모른다.

< 정규재.손희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