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와 경제연구기관의 투자분석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자사의
경영현황과 중.장기경영계획을 브리핑하는 기업설명회(IR= Investor
Relations )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현대그룹의 산업개발과 엘라베이터등 3사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기관투자가들을 초청,합동으로 기업설명회를 가진 것을
시발로 대기업들의 IR가 잇달고 있는 것.올들어서만 포항제철 코오롱상사
장기신용은행등이 비슷한 행사를 가졌고 지난 27일에는 대우전자가
서울 힐튼호텔애서 3백여명의 투자분석가와 펀드매니저들을 대거
초청,4시간여에 걸쳐 매머드기업설명회를 열었다.

3월중엔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비슷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LG전자는 하순께 "컴퍼니 포럼( Company Forum )"이란 이름으로
대대적인 기업설명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대형투자가와 전문가들을 집중 초청해 자사경영현황을
장시간 브리핑하는 행사를 갖기는 사실상 올들어서가 처음이라는게
기업 재무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열린 대우전자의 "호텔 설명회"는 미국 유수기업들의
행사를 연상케하는 사실상 첫 본격적인 기업설명행사라는 지적이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IR행사는 최근 투자규모의 대형화 추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첨단산업 분야등으로 투자가 대형화되면서 필요한 자금을 적기에
조달하기 위해서는 투자가들에게 직접 자사를 발가벗기고 경영현황과
향후전략을 검증받지 않을수 없게 됐다는 것.대기업들로서는 "투자자를
찾아다니는" 공격적인 파이낸싱 채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않을수
없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요즘의 증시침체도 대기업들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되도록 자사주가를 끌어올려야 증자등을 통한 재원마련이 쉽게 될
것은 불문가지다.

이제까지는 기업이 주주들에게 자사의 경영현황을 알리는 채널은
1년에 한번 열리는 주주총회나 기업공시,광고게재등이 고작이었다.

그중 경영전반을 종합적으로 보고하는 유일한 행사인 주주총회는
형식적인 수순에 의해 1시간이내에 끝나버리는게 관례화돼 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전쟁"을 방불케하는
기업간 파이낸싱경쟁에서 뒤질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재계에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의 IR행사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매서운 질문을 통해 경영자들에게
진땀을 흘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대우전자의 IR행사때는 일부 펀드매니저들이 "대우전자는 수익이
집중되는 반도체산업을 적극화하지 않아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경쟁사의 가격인하공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한데
대우전자가 버텨낼 능력은 있는 것이냐"는 등의 질문공세가 잇달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측은 이런 기회에 세간의 "왜곡된"정보를 바로 전달해
자사의 비전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된다며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우 기업들이 공동 출자해 IR센터를 설립,돌아가며 투자가을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정례화하는등 경영자-주주간의 "의사소통
채널"을 구축해두고 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