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작전의 승패는 총과 정보력및 병력을 바탕으로 하듯이 주식시장에서의
작전도 마찬가지다.

돈과 정보는 물론 매수세를 떠받쳐줄 주식운용자(펀드매니저)등의 3박자가
맞아야 제대로 작전을 수행할수 있다.

이같은 요건을 갖춘 대표적인 사례로는 최근 검찰에서 발표한 부광약품의
경우를 빼놓을수 없다.

첫째 돈(자금)마련부터 살펴보자.

군소건설업체인 홍우하우징의 박용우대표(잠원한신주택조합 부조합장,46)
가 자금책으로 등장한다.

그는 지난93년3월 개인돈 1억5천만원등 4억5천만원으로 삼미주식등에
투자해 93년말께는 10억원으로 부풀렸다.

이어 작년6월께 주택조합자금에서 횡령한 10억원의 공금을 합쳐 동양섬유
등의 주식에 작전을 벌인 끝에 작년9월쯤에는 46억원으로 늘렸다.

이중 25억원을 들여 부광약품주식을 매집하게 된다.

둘째는 정보다.

증권거래소의 매매포스트에서 근무하는 증권사 시장부는 증권가의 최일선
안테나로 통한다.

전쟁터에서의 탁월한 정보맨이자 통신병의 역할까지 도맡은 셈이다.

동방페레그린증권의 김용복시장부사원(29)이 예리한 촉각으로 더듬이
역할을 했다.

럭키증권에서 시장부직원으로 "날리던" 그는 합작사인 동방페레그린증권이
생기면서 합류했다.

비록 고졸출신이지만 시장부직원으로선 너무나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던
게 그의 흠이라면 흠이었다.

겁도 많고 순진한 그가 전장에선 그토록 용감히 싸웠는지는 알길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작전세력을 한덩어리로 뭉치게 하는 일선소대장역할
까지 수행했다는 사실이다.

한번은 작전세력의 한사람이 부광약품에 대해 대량매도주문을 내자
호가및 거래정보와 주문창구를 통해 매도자를 알아내 다른 소대원들에게
비상벨을 울렸다.

그의 소대원들은 즉각 해당매도자에게 주문취소를 요구했음은 물론이다.

그결과 주변 작전세력들은 그의 잽싸고 날카로운 시장감시력에 탄복했고
배반하면 탄로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세번째는 펀드매니저다.

현대증권의 김남기영업부대리(30)가 기관들의 펀드매니저 섭외역을
맡았다.

역시 고졸출신인 그는 발군의 영업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기관투자가 유치실적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인물이다.

이들3명이 모여 부광약품에 대해 작전을 벌이기로 결의한 것은 작년9월.

이종목은 자본금(70억원)이 적어 물량매집이 손쉬운데다 대주주간
경영권경쟁설과 신물질개발설등으로 일반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판단이다.

이득금의 50%는 박씨가 갖고 나머지 2명은 25%씩 나눠갖기로 했다.

작년10월15-28일중 박씨는 30개계좌를 동원해 약16만주를 매집했고
일반개인의 뇌동매매도 가세해 1만8천원이던 개전일의 주가가 작년
11월초엔 6만원대로 급등했다.

이무렵 느닷없이 서울신탁은행이 보유주식 7만8천주를 쏟아부었다.

아연 긴장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급기야 김대리는 억대의 뇌물을 동원해 펀드매니저들을 끌어들였고
주가는 다시 상승가도를 달려 지난1월5일엔 12만8천원으로 약3개월만에
7배로 폭등했다.

전우같은 이들이었지만 중간에 박씨는 몰래 주식을 팔아 9억원의 수익을
남겼고 김용복씨는 3천주를 샀다 팔아 1억원을 챙기는등 나약한 "인간적인"
모습도 드러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