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행 < 증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최근 경기는 과열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할황을 보이고 수출
기업의 수익성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

이러한 실물경제의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자금시장의 불안과
고금리로 인하여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에 대한 과열
논쟁이 일어나면서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국면이 경기과열을 우려할 정도인가.

물론 85%를 넘는 제조업가동률등 일부 지표는 경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로 우려하는 바는 경기과열 그자체가 아니라 과열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과 이에 따른 폐해이다.

예를들어 경기과열이 방만한 통화운용의 결과로 나타났을 경우 초래되는
내수과열및 물가앙등, 그리고 이에 따른 급격한 경기침체와 경쟁력 저하가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경기과열의 논란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진단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93년말부터 이어온 경기상승 국면은 인위적인 부양책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일본의 엔고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며 최근의 경기
활황도 방만한 통화운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설비투자의 확대와 수출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내수과열에 따른 물가상승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과거 주택
200만호 건설등과 같은 인위적 부양책에 따른 공급애로요인에 대한 우려도
적은 상황이다.

또 1월중 소비자물가상승률도 0.6%에 그쳐 90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92~93년에 부진했던 설비투자 부문의 확충은 향후 성장잠재력을
높일 뿐 아니라 공급능력을 확대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결국 때이른 경기과열논쟁은 기업및 투자자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가져 왔으며 꺾일 줄 모르고 지속되는 고급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금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킴으로써 경제 전반에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
하게 하고 있다.

물가안정기조의 정착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및 경쟁력 강화는 주식시장의
안정적 성장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위해 총통화증가율에 집착하는 통화운용방식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여러차례 지적되었지만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 금융거래 기법의 발달등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통화수요함수및 통화승수에 불안정성이
높아졌으며 각종 통화지표의 증가율 사이에도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금년도 총통화증가율을 12~16%로 운용할 계획을 천명하였으나 작년
연말에 18%에 육박했던 M2 증가율을 감안하면 목표대로 운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화당국은 기회 있을때마다 통화긴축운용을 강조하고
있어서 자금가수요로 인한 금리의 버블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금융부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이자율을 정책변수로 사용하는
것이 목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등을 달성하는데 더 용이하다는 이론을
감안하여 통화당국은 좀더 현실성 있는 통화중가율 목표를 제시하든가 또는
금리를 연동시키는 통화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91년이후 수차례에 걸쳐 경기 진정책을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93년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했던 사실에 비추어 지금은 불필요한 경기과열 논쟁
보다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금융환경의 예측가능성을 높임으로써
실물경제의 활황이 주식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