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대유증권 경제연구실장>

최근들어 "경기가 과열국면에 진입했느냐,아니냐"는 공방속에 당국이
경기진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식시장도 무기력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에 당국이 검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진 경기진정책은 경기진행의
속도조절 차원에서 수요 이월을 통해 경기상승국면을 보다 길게
연장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최근의 자금시장경색과 고금리 추세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거시적 관점에서의 경기순환은 침체국면 회복국면 상승국면
하락국면을 되풀이 하게되는데 주식시장의 장세흐름도 이러한 경기순환
주기와 맞물려 금융장세 실적장세 역금융장세 역실적장세등으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경기와 주가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경기가 침체국면의 막바지에
있을때는 당국의 금융완화를 바탕으로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불경기하의 주가상승"이라고 불리는 금융장세가 전개되고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는 경기 선도주를 중심으로 한 실적장세가 바톤을
이어받는 경향이 강하다.

또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고 주가도 정점에 가까워져
과열기미를 나타내며 인플레가 우려되는 시점에서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으로 삼는 당국의 금융긴축정책에 의해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해 역금융
장세라 불리우는 약세장에 진입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긴축정책에 의해 경기가 후퇴하고 기업수익이 악화
되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주식시장은 주가가 바닥권에 들어서면서
역실적장세로 돌입한다.

물론 경기순환과 장세흐름 사이에는 정부의 통화정책과 주식시장의
수급등으로 인해 시간차가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기동향을 보면 경기순환주기상 금년말이나 내년초에
이번 경기가 정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주가가 경기에
선행한다는 속성을 감안하더라도 주식시장의 대세상승국면이 끝났다고
단언하기에는 다소 성급한 감이 든다.

다시 말해 경기상승국면이 어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극단적인 비관
으로만 치닫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인간사와 세상사의 진리가 수천년의 세월속에서도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처럼 경제의 거울인 주가도 주식시장을 에워싼 다른 변수들에 의해
단기적인 굴곡은 있을수 있지만 장기추세는 경기의 흐름에 의해 순리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