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종목을 골라 주세요"

요즘 여느 증권사 영업점에서나 들을수 있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이다.

투자유망한 종목을 추천해 달라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골라서 사달라는
식이다.

흔히 말하는 "작전종목"을 잡아달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대형증권사의 L지점장은 "작전종목이 아니면 수익을 낼수 없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팽배한 실정"이라면서 "이래선 곤란한줄 알지만 영업을
위해선 어쩔 도리가 없다"고 푸념을 털어놓는다.

이 지점장의 지적대로 이래선 곤란하다.

선진증시로 가는 투자자들의 바람직한 투자패턴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투자자들에게도 철저한 자기책임인식과 보다 분석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냉정한 투자에 임해야 한다.

단순한 편린에 불과하기 일쑤인 소문이나 루머를 뒤쫓는 투자자세로는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이미 우리에게는 지난89년이후의 대세하락이라든가 90년의 "깡통계좌
일제정리"와 같은 뼈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언제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기 위해선 자기판단에
따른 투자와 그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투자풍토의 정착이 시급한
실정이다.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정부탓"이라는 인식에서도 벗어나야 할것이다.

당연히 투자를 위한 자기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투자하려는 회사의 재무제표나 장래의 성장성및 수익성등을 판단할수
있어야 한다.

시중엔 투자기법을 전해주는 서적들도 많지만 증권업협회에서 주관하는
투자자교육 프로그램등도 유익한 기회라고 할수 있다.

또 투자에 앞서 한번쯤은 각증권사들이 만들어 놓은 "상장사 투자가이드"를
뜯어보는 지혜가 요구된다.

증권감독원에 마련된 공시실에선 상장회사들의 지분변동내역을 비롯한
각종 투자정보를 열람할수도 있다.

증권감독원에 접수된 민원중 일임매매와 같은 매매와 관련한 투자자와
증권사직원간의 마찰사항이 지난해 2백25건으로 한해전보다 70.5% 늘어났다.

투자자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하루하루의 주가부침이나 장세등락에 연연해 일희일비하는 자세에서도
벗어나야 할것이다.

정책적으로 투자기간에 따라 단기적인 시세차익에 대해선 보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는 나라도 있지만 두말할 나위없이 장기투자에 대한 안목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기책임과 장기투자에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은 시장의 흐름이다.

지난80년대후반의 대세상승때는 일반투자자들의 몫이 컸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니다.

89년말에만 해도 55대25였던 일반인과 기관투자가의 주식보유비중이
작년말에는 41대39로 기관들의 비중이 높아졌다.

주식시장의 기관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정보력이나 조직력 자금력등의 측면에서 개인들은 기관을 도저히
당해낼수 없는 상황이다.

갈수록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심으로한 투자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92년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선진투자기법으로 무장한 외국
기관들도 국내시장을 누비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상대적인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수 없는 대목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개인들은 몸소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기관에 투자자금을
맡겨 간접투자토록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를 위해선 증권사들이 일반인들에게 직접투자대신에 권유할만한 간접
투자상품을 허용해야 할것이다.

결국 정부는 공정한 투자게임을 할수 있도록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주되
일반투자자들도 보다 성숙된 투자자세를 갖춰야 할것이라는 지적이다.

<손희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