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국내자본시장을 완전
개방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금주중에 OECD가입신청서를 제출키로 한 것은 앞으로 외국인들에게
국내자본시장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최근 OECD가 신규회원국가입을 통해 탈유럽권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내년에
우리나라의 가입은 무난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국내자본시장국제화의 원년이라고 부를만하다.

그러나 우리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에 OECD정회원국이 된 멕시코가 최근
페소화폭락사태로 국내경제는 물론 국제자본시장을 큰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는 현실은 OECD가입이후 우리가 직면하게 될 어려움을 짐작케 한다.

멕시코사태가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잇단 금리인상추이와 국내정치적 불안의 상존속에서 섣부른 환율
자유화조치를 취하면서 초래한 페소화폭락은 멕시코경제 전체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외국자본의 이탈과 투자기피를 촉발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같은 멕시코상황이 당장 국내증시의 폭락사태에 어느정도 기여했다는
점에서 국내자본시장도 벌써 국제적 흐름에 편입돼 있다고 할수 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올해들어 국내주식시장에서 주식을 사기 보다는 파는
쪽에 서서 현금보유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도 페소화폭락과 그에 따른 국제
자금및 증시의 혼란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과 갓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가 상품교역의
자유화를 맡고 있다면 OECD는 자본거래의 자유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OECD는 정상무역외거래자유화와
자본이동자유화에 관한 두가지 자유화규약의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유화정도는 다른 회원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OECD제시하고 있는 각종 규정의 수락률이 멕시코(96.1%)에 비해서도 현저
하게 낮다.

정부가 OECD가입을 전제로 93년 자본.외환시장의 자유화일정을 담은 청사진
(블루프린트)을 발표한후 3단계조치들을 서둘러 시행하려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증시를 포함한 국내자본시장은 광범위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OECD가입이 증시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선진화다.

일단은 정부의 시장개입제약과 시장의 자율성회복으로 증시의 체질개선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유무상증자나 국내기업의 해외증권발행등 인위적으로 수급을
조정하던 관행이 사라지게 된다.

올해만 해도 정부가 유무상증자와 채권발행을 통해 증시에서 조달될
자금을 33조로 조정, 물량압박으로 작용한으로써 최근의 주가하락을 부채질
한 것과 같은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역으로 하면 증시상황을 봐가며 수급을 조정하는 중재자가 없어져 시장의
불안요인이 가중되는 셈이다.

자본거래의 자유화로 국내기업들이 외국의 직접금융시장에서 값싼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능해져 재무구조개선이 이뤄짐으로써 국제경쟁력이 강화
된다.

이에 따라 증시에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주가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다.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은 증시수급구조개선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국제적인 자금시장동향과 연계됨으로써 국내증시의 변동폭확대
라는 부작용이 수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멕시코처럼 우리보다 먼저 자본시장자유화를 추진했던 태국
인도네시아등의 경우 국제금리변동이나 선진국증시등의 요인으로 외국자금의
유출입이 심화되면서 증시가 심하게 출렁였던 점을 간과할수 없다.

국내경제여건에 따라 증시개방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두 사례다.

극단적으로 외국자금이 국내증시를 부풀려 놓고 빠져 나갈 경우 자본시장이
거품화될 가능성도 무시할수 없다.

세계증시와의 연동성이 깊어지면서 주가변동이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한켠으로 OECD가입은 92년 증시개방으로 체험했듯이 저PER
(주가수익비율)나 기업의 내재성장성등과 같은 선진투자기법이 도입됨으로써
국내증시의 질적인 개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금융산업개편노력에서 보듯이 국내증권산업의 환경이 경쟁적으로
변화되면서 효율성이 제고되고 업무능력의 전문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
된다.

증권사의 정보분석력이나 서비스의 개선은 투자자들에게는 OECD가입이
가져 올 더할 나위없는 혜택이다.

자율화가 확대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증시수급조절능력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증시의 기관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자본시장자율화를 목적으로 최근 기관증거금을 폐지한데 이어
4월부터는 등락폭을 확대키로 한 조치로 국내증시의 기관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의 예에서 보듯이 급속한 자본시장자유화조치는 적지 않은
부작용을 수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기관투자가들의 대응력이 미비돼 있고 국제적인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유입과 선진투자기법의 도입으로 재테크시장화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증권사의 경쟁력이 취약해 영업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증권경제연구원의 우영호정책연구실장은 "거시경제적인 기반이나
정책수단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OECD의무를 이행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멕시코와 같은 실수는 사전에 막자는 얘기다.

그러나 OECD수준의 자유화는 피할수 없다.

국내증권산업의 효율성및 국제경쟁력강화을 제고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투자자들도 개방화에 대응하는 인식전환과 국제적인 흐름을 읽을줄 아는
안목육성을 서두를 때다.

< 이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