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발행시장이 시장다운 모습을 형성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발행시장에 좋은 상품이 많이 나오고 상인들도 많이 모여 성시를 이뤄
지난 89년 대세하락기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된 장이 섰다는 소리가 들린다.

우선 올해 발행시장에선 물량이 풍성했다.

발행시장에서 기업이 조달해간 자금은 지난24일까지 모두 25조6천억원.

지난해보다 36%가 많은 규모다.

증시사상 최대였던 지난89년의 21조6천억원을 웃돌며 신기록을 세웠다.

부문별로는 주식이 5조9천억원, 회사채가 19조7천억원으로 각각 84%와
26% 늘었다.

주식쪽에선 기업공개가 두드러지게 활기를 보였다.

올해 공개기업은 25개사로 공개규모는 5천7백96억원.

지난해의 1천8백억원(7개사)의 3배가 넘는다.

유상증자가 5조3천2백90억원으로 2배남짓한데 비해 훨씬 큰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두번째 특징은 증권시장 주변에서 정부나 정부투자기관등이 조달해간
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그규모는 수조원에 이르지만 직접금융실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는 두차례에 걸친 한국통신주식 매각에서 9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거둬들였고 중소기업은행은 장외공모증자를 통해 1천9백80억원을 조달했다.

한국통신은 한국이동통신주식, 산업은행은 럭키금속이나 동부화학주식등을
대량 매각해 거둬간 이부문은 "장외발행시장"을 통한 직접금융조달인
셈이다.

셋째 대기업, 특히 금융기관의 자금조달이 크게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대기업의 비중이 유상증자는 96%, 회사채는 87%로 지난해의 89%와 95%에
비해 높아졌다.

특히 금융기관은 지난해 공개와 증자가 단한건도 없었으나 올해에는 유상
증자에서 2조원, 공개에서 3천3백억원을 각각 조달, 42%와 57%를 차지했다.

올들어 발행시장이 활기를 보인 배경으로는 주가상승과 함께 "좋은상품"이
많았다는 점을 손꼽는다.

종합주가지수가 5년여만에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상승국면이 전개되면서
주식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거둘수 있게 됐다.

공모주청약을 통해 배정받은 주식을 대부분 공모가의 2배이상으로 처분할
수 있었다.

공개기업들도 덩치가 크고 지명도가 높은 회사들이 많았다.

공모규모가 2천1백억원인 대형상품 국민은행을 비롯해 금성산전 청구
한국종금등의 종금사가 공개시장에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겼다.

유상증자도 실권율이 낮아지는 추세(지난해 7.8%선에서 올해 7.1%선)를
보이는 한편 실권주일반공모에 많은 자금이 몰려 1백대1이상의 경쟁률을
나타낸 사례도 적지 않았다.

물론 발행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대표적인 발행시장자금인 증권금융의 공모주예치금은 지난해말 7천억원
남짓하던 것이 지난달초 2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2조2천억원선으로 늘어
3배수준을 증가했다.

그러나 회사채비중이 67%로 압도적으로 높고 안정적인 자기자본의 조달
수단인 주식의 비중이 낮아 아직은 장기차입금을 공급하는데 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88,89년 증시가 호황을 누릴때 주식의 비중은 60%를 웃돌았었다.

반대로 금융주가 일시에 대량 쏟아져나온데 대한 불안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외환은행에 이어 내년에는 동화은행등 3개가 추가로 직상장되는
것은 통계에서 빠져있다.

88,89년의 금융주공급과잉이 89년이후 대세하락의 주요원인이었다는 지적을
곰곰히 따져보고 내년도 공급물량을 결정해야 할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