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들어 북핵문제로 인한 주식시장의 약세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약세국면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주가상승을 보이는 종목군이 이른바 기업
매수합병(M&A) 관련주이다.

지난해 8월 실명제 실시이후부터 11월초까지 이른바 자산주선풍을 일으킨
원동력도 M&A였다. 금융실명제라는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
심리가 냉각되면서 기업의 청산가치라할 수 있는 자산가치가 중시되는
분위기와 증권거래법 200조(주식소유제한)폐지를 앞두고 이들기업의 매수
합병 가능성이 어우러지면서 자산주들이 부상했다.

또 실명제로 사채시장을 떠나야 하는 큰손들이 고리대업에서 제조업으로
떳떳한 변신을 시도할 경우 대주주지분율이 낮고 자산가치가 좋은 기업들에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보탰다.

그러나 자산주장이 일단락되고 증권거래법200조폐지도 97년 1월1일로
연기되면서 M&A관련 재료는 힘을 잃는 듯했다.

그렇다면 M&A관련주들은 왜 다시 떠올랐을까. 증시전문가들은 북핵문제와
정부의 통화관리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기관투자가들이 물량부담이 적은
중소형 자산주를 중심으로 주가부추기기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M&A관련주들은 지난해 하반기와는 큰 차이점을 갖고 있다.

먼저 지난해엔 M&A 관련주가 시장 전체를 뒤흔들어 놓을 정도로 장세를
주도한 반면 이번엔 주가상승세가 강하긴 하지만 장전체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축소됐다.

둘째 지난해엔 만호제강 성창기업등 극소수 자산주들이 장을 이끌고 여타
자산주들이 그뒤를 따라가는 양상이었다면 이번엔 M&A와 관련된 다양한
재료를 갖고 있는 종목들이 각개약진하는 모습이다.

5월말부터 보름새에 50% 가까운 주가상승률을 보인 삼부토건은 제주도소재
땅소유라는 전통적 자산주의 면모에 형제간 지분확보 경쟁설이란 구체적
엠관련 재료까지 가세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주식시장의 작전이나 소문을 넘어서 엠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M&A관련 재료가 먹히는 것도 바로 이들
실제상황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동양그룹과 럭키금성그룹의 데이콤 지분확보경쟁에 이어 한국비료를
둘러싼 삼성그룹과 동부그룹의 경영권인수 경쟁에 따른 주가급등이 M&A관련
재료를 확실한 호재로 인식케 한 것이다.

삼화왕관도 세우회가 지분매각을 결정한 뒤 동양맥주 동양석판간의 지분
경쟁이 예상되면서 지난 보름간 상승률이 30%를 웃돌았다.

이번 M&A관련주의 또다른 특색은 경영진내부 갈등기업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창업주 2세와 현 경영진의 갈등으로 인한 지분확보경쟁설이 있는 대한
화재, 동서간 갈등설의 동양제과, 창업2세끼리의 경쟁가능성이 있는 한국
유리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삼부토건과 삼도물산도 이와 비슷한 소문에 싸여 있다.

물론 이 가운데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 경영갈등 소문이 나도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실무근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폴리우레탄의 경우처럼 일부작전세력들이 5%까지 지분을 매집한 다음
지분변동신고를 해 기존대주주의 지분확보를 이끌어내는 방식까지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약세국면이 끝나면 M&A관련주의
강세도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욱이 현장세의 근본기조가 경기장세이기 때문에 M&A관련 재료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정부의 산업구조조정과 국영기업 민영화등을 감안할때 M&A가
일과성의 재료에 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M&A관련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최근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금융주들이 M&A관련주로 급부상
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먼저 금융전업그룹군 지정을 노리는 기업들이 금융관련사 불리기 차원에서
금융기관 매입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금융기업을 소유하지 못한 대기업집단의 금융업 신규진출움직임도 부쩍
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는 M&A관련주들의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실질적인
M&A의 사례도 속출하면서 관련기업들의 주가상승이 증시의 주요한 흐름으로
정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