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취득제도가 지난 4월말부터 시행된 이래 19일로 20일째를 맞았다.

이 제도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상장사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임에 따라
증시의 주요한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시행 20일도 되지 않아 제도와 운영상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견
되면서 개선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취득에 활발히 참여하자 주식시장에선 새로운 매수
세력의 등장을 내심 반가워하는 분위기이다.

예컨대 모든 상장사들이 자사주식을 한도껏(총발행주식수의 5%)
사들인다면 주식시장에 6조4천4백여억원(전체상장주식수의 5%x17일 종가
기준 가중주가평균)규모의 매수세력이 생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취득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는 회사가 전체상장기업의 절반정도인
만큼 당장의 주식매수효과가 이정도에 달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량소유한도가 철폐(거래법200조 폐지)되는 97년이전에 취득한도
가 현행 5%에서 개정거래법상의 취득한도인 10%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자사주취득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19일 현재 자사주식 매입을 결정한 상장사는 포항제철등 21개사에
이른다. 또 진도 신한 동양철관 한솔제지 미원 서울신탁은행 조흥은행
동양석판 상업은행 고합상사 봉신중기 중원 신진피혁등 13개사가 추진검토
공시를 냈다.

이들 34개사는 대부분 제조업체이지만 금융기관주도 대신증권 강원은행등
7개기업에 이르는 점이 눈에 뛴다. 은행 증권주의 주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매우 높아진 데다 증자를 앞두고 주가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금융기관주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시당시 주가가 2만원이하인 기업이 대부분이었고 포항제철 한일철강등
극히 일부기업의 주가만이 2만원대를 웃돌았다.

한편 럭키 쌍용자동차 태성기공 한신기계등 11개기업은 자사주취득을
검토한 바 없다는 부인공시를 냈다.

<>.상장사들이 자사주취득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
이지만 실제 주식매입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19일까지 21개 취득결의기업중 대륭정밀 대영전자 미창석유 서통 포철
금호 부산은행 한일철강 청호컴퓨터등 9개사가 매수주문을 냈다.

이가운데 실제로 자사주를 사들인 기업은 대륭정밀(3만1천주) 포철(16만
2천주) 대영전자(2만주) 한일철강(5만주) 청호컴퓨터(1만주)등 5개기업에
불과하다.

증시전문가들은 자사주취득이 부진한 이유로 가장 먼저 상장사들의
소극적인 자세를 들고 있다. 상장사들이 재테크측면에서 자사주취득
결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일단 취득결의를 한 다음 주가추이등을
지켜보자는 식이라는 지적이다.

또 자사주매매방식에도 문제점이 많다. 한신투자자문의 소남송부장은
투자자들이 종가도 결정안된 상태에서 굳이 장외매매를 주식을 팔겠다고
할 까닭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증권사상품을
사들였을 뿐이다.

<>.자사주를 취득한 하겠다고 나선 상장사들이 빠짐없이 내세운 취득목적
은 주가안정이었다. 그밖에 9개기업이 경영권안정을 추가했으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취득이 과연 경영권보호효과를 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한편 고려증권은 처음으로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등 공로주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실정이다.

주가안정을 자사주취득의 주요목적으로 내세웠으나 현재까지 이같은
목적을 달성한 기업은 내재가치가 좋은 한일철강 포항제철등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관련 과연 자사주취득이 지속적인 주가부양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따라 증시전문가들 사이에는 자사주취득이 당초의 취지와는 관계없이
자칫 상장사 대주주와 임직원의 내부자거래를 조장할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