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광장 남쪽, 안보전시장옆 제2증권타운.

고층의 증권사 사옥들이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깔끔하게 단장된 건물에는 사옥이전을 알리는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요란
하다. 공사가 빨라 사옥이전을 끝낸 유화 서울 동양증권의 본사이다.

제2증권타운과 전경련회관 사이에도 한국투신이 들어선 것을 비롯, 증권
감독원 대한투신의 건물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다.

내년까지 제2증권타운에 새건물 주인들이 새둥지를 틀면 여의도에는
증권감독원 증권거래소등 각종 증권기관과 중앙 3투신사, 그리고 22개
증권사가 몰리게 된다.

지난 79년7월2일 증권거래소가 명동에서 옮겨오면서 시작된 여의도 증권
시대는 이에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집적화를 통해 여의도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월가","한국 증시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타운 시대가 가능했던 것은 매립공사가 끝난 허허벌판의
여의도를 빠른 시일내에 번듯한 도시로 만들려한 강력한 정부의 추진력
때문이라는 것이 증권가의 일반적 시각.

증권사들을 명동에서 여의도로 옮겨 여의도개발을 가속화하려한 정부의
구상은 자본시장 육성책 발표이후 추진된 여의도 증권비지니스센터 건립
계획에서 구체화됐다.

이 계획에 따라 지난 74년 증권거래소가 8천1백90여평, 증권업협회 증권
금융및 전 증권사(30개사)들은 8천8백70평의 여의도땅을 서울시로부터
수의계약 형태로 매입했다.

당시 증권업계는 매입가격(평당 5만3천원선)이 당시로선 다소 비싸 강제적
인 땅 떠넘기기라고 불만을 품기도 했다는 것.

이때 증권사들은 수의계약으로 여의도땅을 살수 없어 재무부의 추천을
받은 증권업협회가 매입한뒤 업체에 재매각하는 절차를 밟기도 했다.

협회와 증권사들은 77년 공동건축을 위한 건설추진위원회가 구성했는데
여의도 이전의 불확실성때문에 많은 증권사들이 지분을 매각.

결국 증권업협회 증권금융을 비롯 11개증권사가 위원회에 참가했다.

위원회는 연건평 4만7천9백평의 공동건축계획을 세워 78년 허가를 신청
했으나 건축제한에 묶여 불발에 그쳤다.

때마침 불어닥친 증권시장의 한파로 증권사의 자금사정이 악화, 1개사가
불참하더라도 건축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81년 3월말 이 부지를 10개 필지
(대우 삼보 부국 대신 신영 럭키 한양 동서 증권업협회 증권금융)로 분할
받아 개별 건물별로 건축을 시작했다.

증권거래소는 단독으로 매입한 탓에 공사착공이 빨라 이보다 앞선 79년
7월 현재 건물로 이전을 마치기도 했다.

<>.여의도증권타운 1착 입주 증권사는 82년의 대한증권(현재의 교보증권).

대한증권은 그러나 자신들이 직접마련한 부지에 지은 것이어서 증권
비지니스센터 건립에 따른 입주로 보기는 다소 어려운 편이다.

개별 분할된 10개 필지중에서는 부국증권이 가장 먼저 건물을 완공해 84년
8월 입주했다.

같은해 10월에는 증권업협회가, 12월에는 삼보증권을 흡수한 대우증권이
새집으로 이사했고 증권금융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양증권등이 속속 새 둥지
를 틀었다.

이후 86년까지 18개증권사와 증권유관기관들이 이전, 제1증권타운을
형성한 것이다.

<>.내년까지 제2증권타운 입주가 끝나면 증권유관 기관과 33개 증권사를
통털어 삼성 조흥 상업 동아 신흥 동부 동방페레그린과 곧 영업을 시작할
우학KB등 8개 증권사만이 여의도밖에 잔류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8개사는 여의도 이전을 아직까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상황.

그동안의 활발한 개발로 여의도 땅값이 크게 올라 부지매입이 부담스러운
데다가 새 땅을 찾기도 사실상 어렵기 때문.

외곽잔류 증권사가 대부분 중소형사란 점도 이전을 꺼리게 하는 이유.

중심에 위치해 일반투자자들이 찾아오기가 수월하고 기관투자가들 대상의
영업도 편하기 때문이라는게 이들의 설명.

증권사들의 집적화를 통한 효과는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일본의 니혼바시가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어 증권의 여의도 집중은 불가피할 전망.

<>.제2증권타운 입주와 함께 서울시가 계획중인 여의도 광장 개발사업
등으로 여의도 증권가는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로의 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숫적인 면에서 확실한 "한국의 월가"로 자리잡았고 첨단건물,정보시스템등
정보화사회에 대응 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춰졌다.

하드웨어 차원에서는 모든 여건이 구비됐다고 볼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들을 활용해 증권산업의 비약기를 가져오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뒤따라줘야 한다.

증권가는 또 오는 96년 자본시장이 본격 개방되면 한바탕 회오리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결국 증권산업이 대외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여의도시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질을 추구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