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자사주바람이 일고 있다.

상장사들의 자사주(자기주식)취득이 줄을 이으면서 해당기업들의 주가가
초강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은 어느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일 대륭정밀이 최초로 자사주취득신고서를 증권감독원에 제출한데
이어 6일 1천주를 사들였다.

또 포철과 대영전자가 4일 자사주취득결의 공시를 했고 7일엔 금융주
가운데 처음으로 대신증권이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자사주취득공시가 나온 뒤 이들 기업의 주가는 큰폭으로 올랐다. 이미
지난달에 자사주취득을 위한 재원마련을 마쳤던 포항제철은 1달동안 1만
5천원이상 상승해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대륭정밀도 발표직후 3일동안
상한가를 기록했다.

부도설에 시달리며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치달리던 대영전자는 발표 3일전
부터 오름세로 급반전했다.

불과 며칠새에 자사주취득이라는 재료의 위력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맛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려 할까. 증권전문가들이 제시
하는 기준은 대략 6가지 경우이다.

첫째 자사주를 매입한 재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이다. "상장법인의
자기주식 취득신고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면 자기주식취득금액 한도를
가처분이익잉여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 규모가 큰 기업의 자사주취득이
유력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대주주지분이 낮은 기업의 자사주취득 가능성이 크다. 지분율이
낮은 대주주가 회사자금에 기대어 경영권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자사주취득분에 대해선 의결권행사가 불가능하지만 이 주식을 종업원
등에게 나눠주면서 명의변경을 하면 자연히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점도 주목
할 만하다.

좀 특수한 경우이지만 포항제철의 자사주취득도 경영권방어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포철이 밝힌 자사주매입의 표면적인 이유는 "자금의 안정적인
관리와 주가관리를 위해서"이다. 7일 현재 포철의 주가는 6만7천8백원으로
낮다고만 할 수 없다.

증시전문가들은 포철이 민영화를 앞두고 주가를 높임으로써 인수가격을
높여 결과적으로 한 기업이 포철을 독식하는 사태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주주지분이 10%이하이고 자본금대비 가처분이익잉여금이 많은 기업으로는
경방 동일방직 화천기계 대림통상 한국폴리우레탄 일성신약 삼성물산 대우
수산중공업 한국케이디케이 부산주공 한신공영 럭키 선경 동아제약 고니정밀
영진약품 대림산업 기산 현대건설 삼성항공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의 자사주식매집에 반발, 다양한 방법으로 자사지분을 확대중인 기아
자동차도 자사주취득부인공시를 내긴 했지만 결국 자사주를 취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셋째 주가가 단기에 급락한 기업도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나서기 쉽다.
주가가 불안정한 기업들은 부도설에 휘말리는등 예상밖의 치명상을 입을
우려가 있어 자사주매입을 통해 주가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영전자가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실적부진에 따른 주가급락세가 부도설
로까지 비화하자 부랴부랴 자사주취득을 결정했고 부도설은 자취를
감추었다.

넷째 전환사채등 주식연계상품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추진중인 기업들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 기업 또한 발행조건을 좋게 하고 원활한 물량소화를
위해 주가관리의 필요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CB(전환사채)나 해외DR(주식예탁증서)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자사주가에
관심이 유독 높은 편이다. 영풍산업 코오롱 서통 한국유리 포철 태일정밀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인켈 삼성전기 오리온전기 대우통신 동아건설 현대
종합상사 대한통운등이 해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전환사채발행후 전환청구일이 도래한 기업들도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을 위해 전환가능가격수준까지 주가를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기업이미지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도 자사주매입 예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대기업그룹 가운데 그룹사의 비교적 낮다고
평가되는 럭키 한화등을 거론하고 있다.

거꾸로 주가를 높여 기업이미지를 높이려는 상장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동종업종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두 회사가 주가수준을 놓고도
경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자사주매입을 활용한 일반적인 주가관리나 회사의 잉여자금 운용을
들 수 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6개월간은 처분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해당기업의 물량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또 자사주매입의사
자체가 현주가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시로 받아들여져 주가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앞으로 은행주들이 이 범주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취득은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내부정보를 이용한 상장사들의 자사
주식투자에 투자자들이 말려드는등의 폐해도 없는 것이 아니다. 자사주매입
으로 주가양극화가 해소되리란 기대도 결국 우량주들이 가처분이익잉여금이
많다는 점에 비춰볼 때 희망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사주취득이란 재료도 결국 실적과 내재가치의 뒷받침이 있어야
온전한 호재가 된다고 말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