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국내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주식투자가들의 동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가 개방된지 2년여동안 줄곧 늘어나던 외화자금이 이달 들어선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이들이 사들이는 주식보다 내다파는 물량이 더많아졌다. 그동안 국내 주식
시장의 대세상승 과정에서 실제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해온 외국인투자가
들의 향배가 주목을 끌만하다.

주식투자를 위한 외국인자금은 지난해10월이후 매월4억-8억달어씩 순증을
기록해왔다. 지난달말 현재 누계로는 88억4천3백만달러에 이른다. 올들어
2개월동안만 해도 10억7천3백만달러가 늘어난 수준이다.

그러던 것이 이달들어 지난10일까지는 1천8백50만달러가 줄어들었다. 증시
개방이래 월별로는 외화자금이 줄어든 적이 없었다.

외국인들이 연6일째 순매도행진을 지속하던 지난5일 주식시장에선 일말의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외국인들이 16만주에 달하는 한전주를 장내에서 매
각한 것이다. 그것도 평소 외국인들의 거래가 뜸했던 주말에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태였다.

더구나 외국인들이 한전주를 대량매각한 지난5일은 대만에서 외국인 투자
한도 확대를 발표한 날이었다. 이들이 우리시장을 등지고 다른 시장으로
옮겨가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이에대해 영슈로더증권의 강헌구부장은 "대만등 다른 시장으로 이탈하기
보다는 3월결산을 앞둔 외국기관들의 배당금 수요등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량매각된 한전주도 다른 외국인들이 사들여 이내 한도
소진됐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자금이탈로 볼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증권사의 한관계자는 "외국인들의 한국시장 이탈여부를 따지려면 먼저
성격이 완전히 판이한 두가지 부류의 외국기관 동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 설명한다.

하나는 세계최대의 투자회사로 손꼽히는 미국계 피델리티사. 이회사의
가장큰 특징은 철저한 정석투자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단순한 테마나
바람에 휩쓸리기보다는 해당종목의 내재가치와 투자비중을 충분히 검증한
다음에야 매수에 나선다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이른바 헷지(위험회피)펀드이다. 미국계 퀀텀펀드나 타이거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때로 예측이 빗나가 큰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는 자산에 과감하게 무게를 싣는다.

한마디로 무섭게 투자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조적인 모습에도 불구하고 정석투자를 하고있는 외국인투자가는
물론이고 이들 펀드가 아직은 매도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게 증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신증권의 김 한상무도 "국제적으로 명성높은 이들
펀드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의 한전주를 제외하면
유럽계를 중심으로 중저가주의 교체매매에 나서고 있을 뿐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의 기관투자가는 지난2월말현재 1천6백85개에
달한다. 물론 이중에는 국내금융기관들이 만든 역외펀드나 해외현지법인도
포함되어 있다. 여기다 개인투자자 1천1백32명을 합치면 모두 45개국의
2천8백17명의 외국인들이 국내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현재 외국증권사들도 9개의 국내지점(영국계4 미국계3 프랑스계1 일본계1)
을 내고 있으며 서울사무소를 둔 회사는 모두 26개에 달한다.

이제 장내매수가 여의치 않은 외국인들은 한도가 찬 대형우량주(블루칩)를
중심으로 장외시장에서 웃돈을 얹어 사들이는 실정이고 보면 외국인 투자
이탈등을 거론하기는 시기상조인 것같다. 지난2월말현재 외국인들은 전체
상장종목 8백86개중 7백69개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이중 한도를 초과해 살
수 없는 종목은 2백34개,9%이상 한도접근종목이 1백75개로 실제 추가매입이
어려운 종목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4백9개종목에 이른다. 대형우량주는
대부분 살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의 보유 주식수는 5억5천2백94만주(싯가 12조6천4백50억원)로
시장전체의 9.41%(금액기준 10.31%)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은행이
21.2%로 가장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주(16.9%) 증권(15.7%) 조립금속
(14.7%)등 이들 업종이 절반이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보면 투자한도가
포화상태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시장영향력도 그만큼 떨어
졌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