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크게 위축되면서 최근엔 5일연속
순매도행진을 지속해 관심을 끌고있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6일 76만
주의 매도우위를 보인 것을 비롯 지난 4일까지 거래일기준 닷새동안
모두 1백66만주의 순매도를 기록한 것.

이에따라 증시일각에선 이들이 한국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떠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증권전문가
들은 외국인들이 한국시장을 떠난다고 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우증권의 이세근전무는 "현재의 주가수준으로는 이들이 매도시점
으로 생각하지는 않는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전용펀드나 외국
증권사 국내지점들이 조정장세를 틈타 단기매매를 하는 과정에서
매도가 다소 늘어나긴 했으나 아직 대량매도사태는 없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추가매수에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한도소진을 끝으로 더이상 살만한
종목이 없다는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지난달말 현재 외국인
한도(종목당 발행주식수의 10%)가 완전소진된 종목은 모두2백34개.
여기에 9%이상 소진된 종목을 합치면 사실상 4백9개종목은 한도껏
사들인 상태이다. 이는 전체 상장종목수의 46%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매수열기가 가라앉은데는 "1.14증시대책"에 따른 위탁증거금
징수에서도 직접적인 원인을 찾을수 있다. 증거금징수에 따라 거래
절차가 복잡해져 매수주문자체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심지어는
증거금 입금확인이 지연돼 외국의 펀드매니저로부터 주문을 받고도
제때 매수주문을 못내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올들어 1월15일까지의 순매수액이 하루평균 3백57억원이었던 것이
증거금이 첫징수된 1월17일이후 1월말까지는 하루12억원으로 급감할
정도였다. 지난달에도 하루평균 순매수금액은 1백54억원이었지만
삼성중공업(약2천2백억원)을 제외하면 하루평균 49억원정도에
그쳤다.

이에따라 외국인들은 한도소진된 우량주를 중심으로한 장외거래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1천9백52원어치(1백15개종목)가 외국인
사이에 장외거래돼 월별로는 증시개방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의 장외거래는 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누계로는 1조4백6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증권주의 장외프리미엄은 15%정도이며 한전주도 싯가보다
10%선의 웃돈을 얹어 거래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말 한도가
소진되자마자 10%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장외시장에서의 매수세는 단연 미국계가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계
펀드도 가세하고 있다. 이들에게 물량을 공급하는 세력은 역시 단타
매매에 능숙한 유럽및 홍콩계. 국내진출 선발주자인 유럽계가 뒤늦게
들어온 미국계 연기금 등에게 일정한 시세차익을 챙기고 넘겨준다는
논리이다. 이들은 한국투자비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매각대금으로
현금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유럽기관들이 확고하게 장기투자를 고집하며 아끼는 종목도
있다. 프리미엄이 가장높은 한국이동통신(50%)과 포철(5%)등은 쉽사리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쌍용투자증권의 박정삼국제영업부장은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이달들어선 장외거래도 다소 주춤해진 양상"이라면서도
"앞으로 장세만 회복되면 더욱 활발해질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앞으로 외국인한도가 늘어나지 않는한 외국인들의 활발한 장외
거래와 장내매수세 위축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손희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