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뛰고 자금이 넘쳐 흐르는" 최근의 금융시장이 자금의
선순환만으로 보기에는 불안한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실명경기호전을 비장으로한 주가상승을 증시를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깅을 넓혀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크지만 속도가 가파른데
따른 "또다른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총통화증가율이 전년동기대비 15%대의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인데도 시중에
돈이 남을 정도로 풍부한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기업들,특히 대기업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때문. 지난달 20일 현재 은행의 당좌대월잔액이
5조5천억원으로 쓸 수 있는 전체 한도의 37%로 떨어졌다.

기업측으로선 수출호전등 경기가 나아지면서 설비투자에 본격 나설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돈을 쓰지않는다. 당장 급하게 필요한 돈이 적은데다 앞으로
의 자금사정을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비싼 국내 자금보다는 싼 외화
자금을 쓸 수있다는 기대감도 기업의 자금수요를 적게 만드는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들에겐 작년 8월 실명제가 실시되면서 긴급지원받은 1조6천억원이
버팀목이 되고있어 역시 다급한 상황은 아니다.

김영대 한은자금부장은 "작년에 많은 돈이풀렸고 기업의 가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유동성이 풍부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통화증가율도 뚝 떨어졌다"
고 말했다.

투자에 따른 자금수요가 없는것은 아니다. 작년 12월 민간기업의
기계류수입허가가 전년동기대비 53.1%늘어나는등 투자수요도 비교적
강하다.

그러나 돈이 당장 들어가는것은 아니어서 가수요를 불러일으지 않고있다.
리스업계에서는 기업의 리스계약이 작년수준이라고 말해 "아직은"설비자금
수요가 크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로인해 회사채유통수익률이 29일 현재 연11.90%로 떨어져 저금리시대의
본격진입을 예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하락에다 기업의 수요부진까지 겹쳐 단자사중심으로 금융기관들은
여신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유자금을 유가증권투자에 쏟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은행의 유가증권
투자금액이 1조2천억원(은행계정순증기준)에 달했고 단자사들의 유가증권
운용규모는 1조원에 이르고있다. 금융기관들은 물론 개인들 역시 자금운용
방안을 찾지못해 금전신탁등 금융기관의 고수익상품매입과 주식매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올들어 79.93포인트 뛰면서 1천포인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는 것도 마땅한 투자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오는 자연스런
귀결이라할 수 있다는게 금융계시각이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증가액이
27일까지 1조3천3백963원으로 작년동기에 비해 3배에 달하고 있다.
일반투자가도 그렇지만 금융기관들과 일부 기업이 유가증권등 금융자산
운용을 늘리고 있다는 증거다.

"실물경제호전에 비추어볼때 최근의 상승세가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박재하한국금융연구원박사)는 시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박박사는
"다만 일부 금융기관들이 주식투자에 나서는 것과 폭등후에 있을지도 모를
폭락의 후유증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의 과열은 지난 86~88년에 경험했듯 부동산등 실물투기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이 꿈틀 거리는 조짐은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주택은행은 2.4분기
이후 주택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기흥골프장회원권값이
작년말 4천2백만원전후에서 5천만원이상을 호가(에이스회원권거래소)하고
있어 실물자산으로 매기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가의 고속상승은 소득증가에 따라 소비를 유발시키는 "자산효과"를
가져와 과소비및 물가상승을 불러일으킬 소지도 많다는게 전문가들은 우려다
작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8%로 뛰었고 올해도 각종 공공요금인상 및
공산품 가격상승 가능성등으로 물가불안우려가 높은상황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때 유상증자확대등으로 물량을
늘려 기업이 값싼 자금을 조달하면서 증시도 안정적인 상승기류를 탈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권에서 머니게임형식으로 재테크가
기승을 부리고 실물투기가 꿈틀 거리면서 물가오름세가 가시화된다면
또다시 경제에 거품이 생기는신버블이 나타날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통화증가율이 당초 계획보다 낮아졌더라도 앞으로의 물가상승을
우려,좀더 조이는등 사전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