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가 김영석 사장에서 이중효사장으로 말을 바꿔 탔지만 세인의 관심은
새사장보다는 문경영인으로서 강력한 경영개혁을 주도한 김 전 사장이
갑자기 중도하차했다는데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사장은 영업부문의 개혁을 주창하면서 작년8-10월 3개월동안 비가동
모집인을 무려 2만명 가까이 잘라내고 부실계약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작년 8월 체결된 신계약중 4만여건(34%)을 반송처리하는 초강도의 경영
개혁을 단행했다.

또 작년 12월 총6차례에 걸쳐 전국의 영업소장 본사 과장급 이상을 소집,
경영혁신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히고 이에 적극 따라 줄것을 요청하는등
그동안 김사장의 행보는 개혁을 통한 질경영 실천에 모아져왔다.

그결과 신계약고가 2조원이나 줄어드는등 외형은 축소됐으나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비정상적인 영업관행을 대청소해 제2도약의 기반이 마련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적지않았다.

그러나 모든 개혁이 그렇듯이 교보도 감량경영이 수반되는 개혁으로
고통을 겪을수 밖에 없었고 이과정에서 일부 임원층에서 반기를 드는등
내부적인 알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17일 창립자 신용호씨와의 독대에서 김사장은 일부 개혁 반발세력에
대한 인사조치를 건의했으나 관철되지 않자 김사장 자신은 강력한 개혁에
대한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물러설 뜻을 밝혔다는 배경
설명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점에서 경쟁사인 삼성생명이 오너인 이건희회장의 주도아래 "위로
부터의 개혁"을 별 무리없이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전문경영자가 주도하는
교보의 개혁은 한계를 노출한게 아니냐는 보험업계의 시각도 있다.

개혁에 대한 김사장의 소신은 확고부동한 것 같다. 지난18일 이사회
자리에서 그는 "경영혁신의 방향이 어느정도 잡혀가고 있다"면서 "이를
가속화하기 위한 2단계 조치가 절실하며 새로운 사장이 바톤을 이어받아
강력하게 추진해 교보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바란다"며 사의를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 그의 이같은 사의 표명에대해 회사내부에선 25년간 봉직
해온 교보에 대한 마지막 봉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꽤 있는 편.

어쨌든 이번인사로 김사장이 주도해온 "전문경영인 개혁"한걸음 뒤로
물러서게 될 전망. 김사장과 함께 개혁전선에 섰던 이만수 부사장을
연수원장으로 전보조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창립자의 친인척으로 교보의 자산운용을 책임져온 이중효전무의 사장
선임으로 작년말 대한증권 인수를 계기로 추진해온 종합금융그룹 전략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생보업계가 교보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도 교보의 최고사령탑이
바뀌어 다시 외형을 중시하는 경영을 해 나간다면 최근 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내실경영바람이 크게퇴색될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교보가 이번인사를 단행하면서 내실경영전략은 게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대비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같은 업게의 시각을 의식한 탓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