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으로 혼외자식까지 낳게 한 대학병원 교수 서인호 역
"악역이더라도 나쁜 면모만 있는 것은 아냐…다양한 모습 보여주려고 노력"
'차정숙' 김병철 "욕 각오했는데 귀엽다는 얘기 들을 줄이야"
처자식을 두고 첫사랑과 바람을 피워서 혼외자까지 낳게 한 불륜남인데 왜인지 마냥 밉지만은 않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마성의 하남자(상남자 반대말)', '귀여운 쓰레기' 등의 애칭을 얻은 서인호(김병철 분)가 이처럼 통념을 벗어난 평가를 받았다.

배우 김병철(49)은 "귀엽다는 말을 들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얼떨떨했다.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병철은 "최근에 지하철을 탔는데 '누가 혹시 알아봐서 욕먹으면 어떡하지'하고 눈치 본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차정숙' 김병철 "욕 각오했는데 귀엽다는 얘기 들을 줄이야"
김병철은 '닥터 차정숙'에서 의대 졸업 후 20년 넘게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온 아내 차정숙(엄정화)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부장적인 남편 서인호를 연기했다.

국의 간이 입에 안 맞으니 '벌써 늙었냐'고 핀잔을 주고, 아내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입원했는데도 '내가 꼭 가야 하는 상황이냐'고 물으며 상간녀와 몰래 여행을 떠나는 후안무치한 인물이다.

김병철은 "욕을 많이 먹겠다는 걱정은 있었지만, 재밌는 장면도 많아서 서인호라는 캐릭터의 다양한 면모를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차정숙' 김병철 "욕 각오했는데 귀엽다는 얘기 들을 줄이야"
그는 "나쁜 사람에게 꼭 나쁜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서인호라는 인물을 단순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서인호는 평판에 이끌려가는 우유부단한 사람이에요.

책임감도 없고, 끊어야 할 때 적당히 끊어내지를 못하죠."
불륜이 들통난 후에도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못해 답답함을 자아내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첫사랑이자 불륜 상대인 최승희(명세빈) 대신 아내 차정숙을 선택한다.

김병철은 "서인호는 마마보이(어머니에게 의존하는 남자)라서 기댈 수 있는 여자를 좋아하는데, 차정숙이 다시 전공의 과정을 밟기 시작하면서 그간 잊고 있었던 아내의 장점과 매력을 다시 발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정숙' 김병철 "욕 각오했는데 귀엽다는 얘기 들을 줄이야"
객관적으로 보면 욕먹어 마땅한 '미운 남편'이지만, 김병철은 특유의 코믹 연기로 이런 서인호를 하찮게 그려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같은 병원에 레지던트로 들어온 아내를 마주치자 호흡 곤란 증세로 벽을 잡고 폴싹 주저앉아버린다거나, 잠결에 아내에게 따귀를 맞고 얼떨떨해하는 장면 등에서는 짠해 보이기까지 한다.

김병철은 "우스꽝스럽게 표현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데 비슷한 이미지가 반복되면 그대로 굳어질까 봐 피하고 싶기는 하다"고 털어놨다.

"사실 비슷한(우스꽝스러운) 캐릭터 제안을 받게 되는 게 현실이에요.

비슷하더라도 나름대로 조금씩 변주를 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것도 일종의 도전이라면 도전이죠."
2003년 영화 '황산벌'로 데뷔한 김병철은 단역과 조연을 거듭하며 연기력을 쌓았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로 대중에게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차정숙' 김병철 "욕 각오했는데 귀엽다는 얘기 들을 줄이야"
이후 드라마 '도깨비'(2017), '스카이캐슬'(2018), '쌉니다 천리마마트'(2019) 등에서도 열연했다.

김병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연기 가능성을 보여준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고서 향후 계획을 이렇게 정리했다.

"수요는 확인됐으니 이제 공급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웃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