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그룹 위너 강승윤(사진작가 유연) /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제공
그룹 위너 강승윤(사진작가 유연) /사진=스타트아트코리아 제공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아이돌로 활동한 지 10년 차가 된 그룹 위너(WINNER) 강승윤이 사진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어린 시절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것저것 찍으며 사진 남기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첫 개인전 '하늘지붕'을 통해 사진작가 유연(Yooyeon)으로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몇 년 새 대중문화 스타가 예술계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아트테이너(art와 entertainer의 합성어)'라는 말이 생겨났다. 가수 솔비·헨리, 배우 박기웅·구혜선·하정우 등 많은 연예인이 그림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강승윤이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서는 데에도 앞서 화가로 활동을 시작한 위너 멤버 송민호(Ohnim)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강승윤은 "송민호 씨가 '휴대전화로도 이렇게 사진을 잘 찍는데 제대로 카메라를 장만해서 시작해보면 어떻겠냐'고 하더라. 그 한마디에서 출발하게 됐다. 카메라를 다루기 위해 공부하기 시작한 게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웃었다.

그렇게 송민호를 따라 영국 미술품 컬렉터 데이비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라 부부가 2021년 주최한 '코리안 아이(KOREAN EYE): 창조성과 백일몽' 전시에 처음 출품했고, 지난해 '스타트아트페어 서울 2022'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그다음 행보가 바로 4월 19일까지 성수동 스타트플러스 갤러리에서 여는 첫 개인전 '하늘지붕'이다.

강승윤은 "그간 직접 만든 결과물을 발표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새로운 장르를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되게 떨린다. 개인전을 통해 내면에 있던 걸 더 보여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고 설레고 걱정도 된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고 밝혔다.
유연,처마 밑 풍경_화암사,2023
유연,처마 밑 풍경_화암사,2023
유연, 기와지붕_부산,2023
유연, 기와지붕_부산,2023
사진작가 유연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강승윤은 "카메라를 들고 다닐 때마다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왜 계속 앵글이 위로 향하는 걸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면서 "모두가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지만 각자 느끼는 높이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난 높은 곳을 향한 욕심, 욕망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무의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의 배경은 서울과 강승윤의 고향인 부산이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에 10대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부산에서 많은 촬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사진엔 다양한 '하늘'이 담겨 있다. 비행하는 새와 만난 하늘은 자유로웠고, 고층 건물 사이에 걸린 하늘은 어딘가 공허했고, 달동네와 맞닿은 하늘은 치열했다.

대부분의 사진은 색채감이 없는 흑백이었다. 이에 대해 강승윤은 "흑백사진이 궁금증을 자아낸다고 생각했다. 사진 속 이야기들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으로만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 날씨가 좋은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상상력을 갖고 사진을 바라보면 조금 더 재미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장에 흐르는 음악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승윤이 직접 만든 노래다. 그는 "전시의 내용을 집약시켜주는 음악이 함께 들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밤을 새워가며 준비했다"면서 "사진과 연관성이 있는 가사들이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 다 놓치지 않는 '하늘지붕'"이라며 미소 지었다.
'아이돌 10년차' 강승윤, 하늘 사진 촬영하는 이유는? [본캐부캐]
'아트테이너'들은 연예인 인지도를 이용해 미술계로 쉽게 활동 영역을 넓힌다는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예인 출신'이라는 편견과 맞서야 하는 건 강승윤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히 부담감이 있습니다. 그만큼 결과물로 더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 활동할 때도 같은 생각을 했죠. 그들의 자리를 뺏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보다 앞서 있는 좋은 출발점일 수 있는데 그로 인해 관객들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다면 사명감을 갖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대중분들이 이런 문화에 편하게 접할 수 있게 포문을 여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역량도 꾸준히 늘려서 많은 분이 인정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부담감을 책임감으로 돌려서 멋진 활동을 해나가고 싶어요. 그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다면, 사진에는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도록 전달하려는 시선이 들어간다고 했다. "사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착하고, 유연해요." 이는 작가명 '유연'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었다.

"언젠가부터 사진은 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동반자가 됐어요. 노래 가사는 의도를 갖고 직설적으로 감정을 전한다면 사진에는 제 무의식이 반영되는 것 같아요. 제게 사진은 가장 솔직한 저의 내면이자 동반자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