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측, 한국 기획사와 교류 의지…연예인 섭외에도 관심
일각선 신중론도…"대륙 시장 다시 열려도 예전처럼 중국에만 '올인'은 안할 듯"
가요계 한한령 해제 기대감…텐센트 고위층 한국 기획사 접촉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한국 드라마와 게임에 대해 일부 '빗장'을 열면서 K팝 시장에도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라는 봄바람이 불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당국이 이달 20일부터 외국 상업 공연의 신청 접수와 허가를 재개하면서 K팝 스타들의 중국 내 공연이 재개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1일 가요계에 따르면 중국 IT 공룡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의 부총재(Vice President)급 고위 관계자가 최근 방한해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 뮤직 엔터테인먼트는 'QQ 뮤직', '쿠거우 뮤직' 등 중국의 대표 음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업체다.

텐센트가 한국을 찾은 표면적인 이유는 음원 유통 협력 차원이다.

그동안 한한령 속에서도 음원은 별 제약을 받지 않아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스타의 노래가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향후 K팝 문호가 본격적으로 열릴 때를 대비해 미리 국내 기획사들과 네트워킹 통로를 구축해놓기 위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가요계 관계자는 "텐센트 측이 향후 중국 내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을 섭외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K팝 스타들의 중국 현지 활동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국내 배치에 반발해 중국이 2016년 한한령을 도입하면서 사실상 막힌 상태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제시카는 K팝 가수임에도 중국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데뷔에 성공했지만, 이는 그가 외국(미국) 국적이어서 가능했다.

한국 국적 스타가 중국 TV 프로그램이나 콘서트 무대에 서는 일은 최근 몇 년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을 타고 지난해 연말 중국 측에서 모 국내 가수의 현지 공연 섭외를 타진했지만, 끝내 무산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부터 중국 당국이 외국 상업 공연의 신청 접수와 허가를 재개하면서 K팝 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대규모 콘서트도 중국에서 다시 열릴지 주목된다.

가요계에서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올해 1월 홍콩에서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진행한 것을 필두로 우선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과 마카오부터 한류 스타들의 공연이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한한령 해제 기대감으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 당국의 조치는 외국 가수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한국 가수까지 공연이 실제로 가능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한령이 해제되고 대륙 시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K팝 전체 해외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한령 이전 2010년대 초·중반까지 K팝 해외 시장이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에 편중됐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필두로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북미 시장과 유럽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K팝 음반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미국은 2012년 중국(2위)·대만(3위)·홍콩(4위) 같은 중국어권 국가에 밀려 5위였지만, 지난해에는 중국(2위)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직접 공연을 열지 못할 뿐 음반 판매, 온라인 영상통화 팬 미팅, 잡지 화보 촬영 등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며 "과거 너도나도 중국 시장에만 공을 들였다가 한한령 이후 고초를 겪은 만큼 이제는 시장이 다시 열리더라도 중국에만 '올인'하는 기획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