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데뷔 35년 LA 공연…"주류와 비주류 잇는 다리 될 것"
김종진 "나는 완벽주의자, 노래 한 곡도 뻑적지근하게 내야죠"
"흘러가고 잊힌 것들, 버려진 것들의 가치를 인정해야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음악가가 되지 않을까요?"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였던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 기자와 만난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요즘 빈티지 음악 장비를 거래하는 취미를 붙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봄여름가을겨울을 '지속가능성의 수호자'라고 설명했다.

낡고 녹슨 것의 먼지를 털어내고 그것의 가치를 보존하고픈 그의 소망을 담긴 수식어였다.

김종진은 "영원히 변치 않는 사실은 우리는 언젠가 잊혀버린다는 것"이라며 "'잊힌다'라는 사실 때문에 자포자기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뭇가지는 회초리가 될 수도 있고, 묘목이 될 수 있어요.

'잊힌다는 운명'도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사실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죠. 저는 후자를 택했어요.

"
김종진 "나는 완벽주의자, 노래 한 곡도 뻑적지근하게 내야죠"
김종진은 올해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공연을 열어 흘러간 것들을 보듬은 레파토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 9월 로스앤젤레스 공연 이후 약 13년 만의 해외 공연이다.

김종진은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지금, 한국 문화의 본질을 알리고 싶었다"며 "K팝의 뿌리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음악은 블루스와 재즈라는 영미권 음악을 한국식으로 해석한 노래기 때문에 미국은 호랑이굴 같은 곳"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K팝 가수들이 전 세계를 누비는 한국 음악의 최호황기, 김종진은 작품성보다 상업성에만 집중하는 일부 K팝에 대해 아쉬움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는 최근 열린 그래미 어워즈에서 '송 오브 더 이어' 부문을 수상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보니 레이트의 '저스트 라이크 댓'(Just Like That)을 좋은 음악의 지향점이라고 짚었다.

'저스트 라이크 댓'은 한 어머니가 아들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자를 만나 그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는 이야기를 노래한 곡이다.

김종진은 "음악의 뿌리가 튼튼하지 않다면 K팝의 유행은 급속하게 퍼진 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 버릴 수 있다"며 "음악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데 조금 더 신경을 쓰면 좋지 않을까"고 조언했다.

그는 K팝의 뿌리를 다지기 위해서라도 주류 음악과 비주류 음악의 교류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류 음악은 결국 비주류 음악에서 발굴되고 잘 다듬어져 세상에 알려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봄여름가을겨울과 김종진의 임무는 주류와 비주류 음악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에요.

하하"
김종진 "나는 완벽주의자, 노래 한 곡도 뻑적지근하게 내야죠"
리마스터·리메이크 음반 출시와 국내외 공연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정작 봄여름가을겨울의 새로운 음악 소식은 뜸하다.

봄여름가을겨울은 2008년에 내놓은 '아름답다, 아름다워!' 이후 정규 음반을 내놓고 있지 않다.

김종진은 신곡이 뜸한 이유를 묻자 "내 완벽주의가 신곡을 내놓는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답했다.

"허접스럽게 소비되고, 사라질 노래를 발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라고 말하는 그에게서는 음악을 향한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한 곡을 내더라도 요란 뻑적지근하게 내야죠. 하하"
김종진 "나는 완벽주의자, 노래 한 곡도 뻑적지근하게 내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