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의 한 장면.
영화 ‘교섭’의 한 장면.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설 연휴 극장가 흥행을 책임질 작품은 뭘까. 이번 설 연휴에 한국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걸린다. 18일 같은 날 개봉하는 ‘교섭’과 ‘유령’으로,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두 작품 모두 작품성과 상업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팽팽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교섭’은 ‘리틀 포레스트’를 만든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배우 황정민·현빈이 나온다. 영화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외교부 실장 재호(황정민 분)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국가정보원 요원 대식(현빈 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탈레반과의 교섭에 나선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먼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임에도 이야기가 가깝게 다가온다. 긴장감과 몰입감도 극대화된다.

이국적인 중동의 분위기도 한껏 풍긴다. 교섭은 요르단 현지에서 촬영했다. 내전 중이라 입국 자체가 어려웠던 아프가니스탄의 분위기도 담아냈다. 현지 녹음팀을 어렵게 섭외했다. 감독은 카페에서의 대화 소리, 기도 소리, 시장의 소리 등 다양한 일상의 소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녹음해 영화에 담았다.

교섭의 세계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상대방의 의도를 시시각각 파악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스릴 넘친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원로회의인 ‘지르가’ 등 중동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교섭도 그려져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교섭 장면은 반전을 거듭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재호와 대식의 갈등과 공조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의 방법과 역할은 다르지만 인질들을 구하겠다는 하나의 목적을 향해 고군분투한다.
영화 ‘유령’의 한 장면.
영화 ‘유령’의 한 장면.
‘유령’은 ‘경성학교’ ‘독전’ 등을 만든 이해영 감독이 맡았다.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등이 출연한다. 유령은 조선총독부가 ‘유령’이라 불리는 총독부 내에 숨어든 항일조직 스파이를 색출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총독부 경호대장 카이토(박해수 분)는 유령을 색출하기 위해 외딴 호텔에 후보들을 몰아넣는다. 서로 유령을 알아내거나 고발하도록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숨막히는 추리전을 벌이는 ‘밀실 추리물’의 묘미를 잘 살렸다.

여성 캐릭터의 대대적인 활약도 돋보인다. 이하늬 박소담 이솜 등의 멋진 액션은 물론 다채로운 연기가 인상적이다. 여성 캐릭터뿐 아니라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준지(설경구 분) 캐릭터의 반전도 돋보인다.

시원한 액션을 보는 재미도 크다. 맨몸 액션부터 총격전, 폭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액션으로 통쾌함을 선사한다. 허명행 무술감독은 “시대보다 캐릭터들이 가진 절박함과 이유에 집중했다. 총기나 폭발물, 자동차 등 당시에 나올 수 있는 액션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과감한 도전을 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