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휴먼' 소재…도내리 감독 연출·42개 장르 영화제 초청
범상치 않은 독립 SF의 등장…영화 '트랜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민영(황정인 분)은 같은 반 이태(윤경호)에게서 '트랜스 휴먼'에 대해 듣게 되고, 그가 준비해온 '인류 진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민영이 프로젝트에 함께 한 무렵 특별한 내성으로 벼락을 3차례나 맞고도 살아남은 나노철(김태영)이 전학을 오고, 민영을 괴롭히던 무리 중 한 명이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되는 일이 벌어진다.

범인으로 지목되며 큰 혼란에 빠진 민영은 시간이 반복해 나타나는 '타임 루프' 안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퍼즐을 맞춰간다.

영화 '트랜스'는 독립영화임에도 이야기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대중에게 생소한 개념인 '트랜스 휴먼'을 시나리오로 들여와 스토리의 서사, 캐릭터의 감정선에 힘을 빼는 대신 이야기 구조(플롯)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트랜스 휴먼은 개조를 통해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된 인간을 말한다.

작품 속에서는 이른바 '전격 세례', 고전압으로 두뇌 신경 패턴을 교란하고, 신피질의 네트워크를 새롭게 배치해 뇌 속을 전자형태로 변형시키는 가설에 따라 유래한 개념이다.

누군가 트랜스 휴먼 상태가 되면 주변 실상이나, '나'라는 느낌은 사라지고 마치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공간을 유영하는 착각을 불러오게 된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독립 SF의 등장…영화 '트랜스'
'우리는 세상에 실재하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뇌가 해석한 현실을 보고 있다'는 작품 속 이태의 말처럼 작품은 마치 뇌 속 이야기를 보여주려는 듯 캐릭터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영화를 연출한 도내리 감독은 10일 언론시사회 및 간담회에서 "드라마나 인간관계, 역사 등 그런 종류의 영화는 많이 있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는 (캐릭터의) 감정선까지 지워버리고 싶었다"며 "이야기 구조, 플롯만 남기는 건조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미술로 따지면 플롯은 추상화다'라는 도 감독의 말처럼 보통의 영화처럼 스토리를 따라 몰입하려다 보면 작품의 상이 잘 잡히지 않고, 어렵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만큼 해석의 난이도는 작품을 접하는 이들마다 다를 수 있다.

이 작품은 저예산 독립영화임에도 특수효과나 분장 등이 보통의 영화만큼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작품 속에서 인류 진화 프로젝트를 구상한 이태의 실험실은 여느 연구소 못지않은 소품들로 치장됐다.

2018년 제작된 이 영화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42개 유수 장르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001년 단편' 모도'로 작품 연출에 나선 도 감독은 독특한 내러티브 형식을 실험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이어왔다.

도 감독은 '인공지능'을 소재로 다음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독립 SF의 등장…영화 '트랜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