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전성시대'·'아바타 싱어'에 이어 TV조선 '아바드림' 내달 첫선
故 김성재·유재하 노래하고 하반신 마비 강원래 춤춰…"기술력 높여야"
'아바타 노래와 춤' 줄 잇는 메타버스 예능…화제성은 '글쎄'
방송가에도 메타버스 바람이 불면서 아바타를 내세운 신개념 예능이 줄줄이 나오고 있지만, 시청자들 반응은 영 신통치 않다.

28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출연자나 관객이 가상세계의 아바타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공연하거나 이를 즐기는 형식의 메타버스 예능이 새롭게 시도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TV조선에 편성된 예능 '부캐전성시대'는 '메타버스 아바타쇼'를 표방한 프로그램으로 인순이, 심형래 등 출연자들이 각자 자신이 설정한 '부캐'(부캐릭터)로 나왔다.

방송 내용 중 '아바타 버츄얼 오디션' 편에서는 출연자들 각자가 구현한 아바타로 무대에 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아바타의 움직임은 모션 캡처로 구현했다.

'아바타 노래와 춤' 줄 잇는 메타버스 예능…화제성은 '글쎄'
지난달 첫선을 보인 MBN '아바타싱어'는 본격적으로 아바타를 무대 위에 세웠다.

가수들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아바타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관객들과 심사위원단은 아바타가 실제 누구인지를 추리하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얼마전 막을 내린 JTBC 예능 '뉴페스타'는 시청자들이 메타버스에 들어가 가수들의 무대를 마치 페스티벌에 온 듯 즐기는 형식이다.

애플리케이션 'j페스타'에 접속하면 가수들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이곳에서 자신이 생성한 아바타로 가수들을 응원하거나 춤을 추면서 공연을 즐길 수도 있다.

하늘의 별이 된 뮤지션들을 다시 무대에 세운 음악 예능도 나왔다.

4부작으로 기획된 티빙의 '얼라이브'는 인공지능(AI), 확장현실(XR), 음성·페이스 복원, 딥페이스 기법 등을 활용해 고인이 된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울랄라 세션'의 리더 임윤택의 모습을 복원했다.

TV조선은 다음 달 3일 가수들이 '또 다른 나'로 구현된 아바타로 공연을 펼치는 '아바드림'을 선보인다.

그룹 듀스의 고(故) 김성재가 친동생과 히트곡 '말하자면' 노래를 부르고,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클론의 강원래가 춤을 추는 특별 무대도 마련돼 있다.

기술제작을 담당한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최용호 CHO(최고행복책임자)는 지난 27일 열린 '아바드림' 제작발표회에서 "메타버스는 남자로 태어나 여자가 되고, 청년은 미래에 갈 수 있는 이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며 "현실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메타버스를 만들어 강원래씨 처럼 장애를 안고 살지만, 춤꾼의 꿈을 이루고 사는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런 메타버스 예능은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아직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탓인지 시청률은 0∼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영화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실감 나는 3D 캐릭터에 익숙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구현한 아바타의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바타싱어'는 1회당 제작비가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CG(컴퓨터 그래픽)가 마치 과거 2D 게임 화면처럼 촌스럽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아바타들의 움직임도 부자연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아바타 노래와 춤' 줄 잇는 메타버스 예능…화제성은 '글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바타라는 개념은 '저게 뭐지'라고 할 정도로 낯설다"며 "CG 구현이 제대로 안 되면 시청자들의 몰입감이 깨진다.

실험적인 수준의 콘텐츠를을 시청자들이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가 아직은 낮다는 점도 메타버스 예능의 한계로 지적된다.

'부캐전성시대'는 페르소나별의 수도 새울시가 정체불명의 블루 바이러스로 힘겨워하고 있고, 백신인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내세웠는데, 이런 설정 자체에 감정 이입을 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이든 드라마든 콘텐츠에 몰입하는 일 자체가 가상세계에 들어가는 것인데, 여기에서 또 한 번 메타버스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말 정교하게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를 설계해 개연성을 맞추지 않으면 시청자들은 몰입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산업적인 의미에서 메타버스 예능에 접근하고 있는데, 결국 콘텐츠의 초점은 소비자들"이라며 "메타버스라는 공간을 시청자들에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지가 관건이고, (CG 수준을 끌어올릴) 기술적인 진보도 따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바드림'의 홍동명 CIPO(최고IP책임자)는 "2027년 정도가 되면 관련 기술이 고도화를 이룰 수 있는 시기가 된다"며 "지금 도전해야 기술이 고도화된 시점에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 메타버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바타 노래와 춤' 줄 잇는 메타버스 예능…화제성은 '글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