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레드벨벳 등…"새로우면서도 중독성 강한 매력"
"익숙한 멜로디로 대중과 빠르게 접속…독창성 부족 땐 클래식 선율만 부각"
'친숙하고 우아하게' K팝도 온고지신…클래식 샘플링 잇따라
올해 들어 대중적으로 익숙한 클래식 명곡을 샘플링해 친숙함과 우아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K팝 히트곡들이 눈길을 끈다.

21일 가요계에 따르면 걸그룹 블랙핑크의 정규 2집 타이틀곡 '셧 다운'(Shut Down)은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린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를 샘플링한 곡이다.

블랙핑크는 이 노래에서 '라 캄파넬라'의 수려한 바이올린 선율에 세련된 힙합 비트를 얹었고, 여기에 멤버들 각자의 허스키하거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켜켜이 쌓아 색다른 느낌을 냈다.

'셧 다운'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발매 첫날 미국 103만7천386회를 비롯해 660만회 이상 스트리밍돼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 정상에 올랐다.

이 노래가 수록된 음반 '본 핑크'(BORN PINK)는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최상위권 진입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멤버 리사는 최근 서면 일문일답을 통해 이 노래를 두고 "녹음실에서 다 같이 모여 데모곡을 들었는데, 도입부가 흐를 때 멤버들이 모두 아무 말도 못 하고 쳐다만 봤다"며 "서로의 눈빛을 통해 '이건 타이틀 곡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 블랙핑크가 잘 드러나고, 또 블랙핑크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제니는 ''셧 다운'은 그동안 블랙핑크가 꾸준히 선보여 온 카리스마를 다음 단계로 가져간 곡"이라며 "클래식과 트렌디한 힙합 비트의 조화가 인상적이고 새로우면서도 중독성 강한 매력이 있다"고 '라 캄파넬라'를 차용 효과를 소개했다.

'친숙하고 우아하게' K팝도 온고지신…클래식 샘플링 잇따라
걸그룹 레드벨벳도 올해 3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팝 댄스곡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을 들고나와 음악적 변화를 꾀했다.

우아한 스트링 선율에 강렬한 트랩 비트가 섞인 노래는 당시 봄을 앞두고 팀의 고혹적인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필 마이 리듬'은 멤버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방송 활동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멤버 슬기는 올해 3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 곡을 두고 "레드벨벳의 클래식하면서 에너제틱하고 도전적인 컬러를 보여줄 좋은 곡"이라며 "'G선상의 아리아'가 익숙한 곡인 만큼 봄에 잘 어울리는 따뜻하고 우아한 노래"라고 짚은 바 있다.

웬디 역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드벨벳이 속한 SM엔터테인먼트는 1990년대부터 H.O.T.의 '빛'(베토벤 교향곡 제9번 '환희의 송가'), 신화의 'T.O.P.'(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등 다양한 클래식 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도 했다.

이 밖에 엠넷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8' 출신 소년 래퍼에서 어엿한 뮤지션으로 성장한 빅나티는 올해 6월 두 번째 미니음반 타이틀곡 '낭만교향곡'에서 특정 멜로디를 샘플링하지는 않았지만 노래 전반에 클래식한 분위기를 줬다.

가사에도 바흐, 쇼팽,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등 클래식 거장의 이름을 줄줄이 등장시켰다.

빅나티는 지난 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정트리오의 음악을 듣는데 이번에는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들을 찾아봤다"며 "기존의 고전적인 형식에 낭만적인 색채를 더한 음악이 나랑 비슷한 색깔이더라"라고 말했다.

'친숙하고 우아하게' K팝도 온고지신…클래식 샘플링 잇따라
또 "'낭만교향곡'에는 현악기 등 클래식에서 쓰는 악기가 많이 나온다"며 "교향곡이 3악장 이상으로 돼 있는 것처럼, '낭만교향곡'에서는 나를 비롯해 창모·박재범 등 세 명의 파트를 오갈 때마다 악장이 넘어가듯 변주도 된다"고 소개했다.

음악 전문가들은 수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 선율은 익숙한 만큼 샘플링에 있어서는 '양날의 칼'과도 같다고 지적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클래식 음악을 가져다 쓰면 익숙한 선율이기에 당연히 (일반) 신곡에 비해 빠르게 대중과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곡의 오리지널리티(독창성)와 매력이 부족하면 되레 클래식 선율에 잡아 먹힐 수 있다.

이를 살리기 어렵다 보니 클래식 샘플링보다 대중음악끼리의 샘플링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블랙핑크의 '셧 다운'은 노래 내내 '라 캄파넬라'의 멜로디를 반복하는데, 이것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블랙핑크가 오히려 밀리는 느낌도 있다"며 "특히 멜로디 위주가 아닌 비트와 랩이 중심이 된 힙합곡으로 '라 캄파넬라'의 강렬한 멜로디와 승부를 보려니 불협화음이 빚어지는 느낌도 강했다"고 아쉬운 점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