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사랑과 성장…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9살 율리에(레나테 레인스베 분)는 의대생이다.

의학 전공을 택한 건 자신의 높은 성적을 증명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름없이 모범생의 삶을 살던 율리에는 문득 자신의 열정은 몸이 아닌 마음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심리학을 공부한다.

머리도 짧게 자르고 분홍색으로 염색한 그는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사람들은 '용기 있다'며 그의 선택에 응원을 보내지만 심리학에 대한 열정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율리에는 사진 공부를 시작하고, 페미니즘과 오럴 섹스에 관해 쓴 짧은 단상이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자 소설을 쓰기도 한다.

사랑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악셀(안데르스 다닐센 리)과의 연애는 어긋난 타이밍이 문제가 된다.

40대 성공한 만화가인 악셀의 사회적 위치는 율리에에게 묘한 박탈감을 준다.

함께 아이를 낳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악셀의 소망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인생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별한다.

비슷한 나이대의 카페 직원 에이빈드(허버트 노르드럼)는 악셀에게서 얻지 못했던 해방감을 주지만 율리에는 끝내 만족하지 못한다.

30대가 돼서도 하나도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불안한 율리에는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부유한다.

부유하는 사랑과 성장…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는 자기 인생에서조차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살아간다고 느끼는 율리에의 성장기다.

원제 '세상 최악의 인간'('The Worst Person in the World')은 인생의 방황기에 선 주인공이 끊임없이 실패하며 마주한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12개의 장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작품은 마치 한 편의 소설을 보는 듯하다.

중간중간 삽입된 삼인칭 시점 내레이션은 그 '소설스러움'을 한층 더한다.

요아킴 트리에르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만큼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아름다운 전경이 곳곳에 담겼다.

감독의 기발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장면을 감상하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요아킴 트리에르는 '리프라이즈'(2006), '오슬로, 8월 31일'(2011), '라우더 댄 밤즈'(2015), '델마'(2017) 등 내놓는 작품마다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호평받아왔다.

부유하는 사랑과 성장…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이번 작품에서도 율리에와 에이빈드가 각자 연인이 있는 상태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강렬한 끌림을 담배 연기를 통해 표현해냈다.

율리에가 에이빈드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그에게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모든 사람이 멈춰있는 가운데 두 사람만이 움직이는 독특한 방식으로 사랑의 환상을 구현해냈다.

이 작품으로 10여 년의 무명 생활 끝에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며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레나테 레인스베, 요아킴 트리에르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안데르스 다닐센 리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데 없다.

25일 개봉. 128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