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와 욕망 사이의 서스펜스…영화 '썬다운'
닐(팀 로스 분)은 여동생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 조카 둘과 함께 영국 런던에서 멕시코 아카풀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다.

수영장이 딸린 고급 리조트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중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직전, 닐은 여권을 잃어버렸다며 여동생과 조카들만 태워 보낸다.

혼자서 허름한 숙소를 잡은 닐은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말도 거의 통하지 않는 현지 애인을 만든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동안 앨리스에게서 걸려온 전화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닐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고, 매사에 무관심해 보인다.

닐의 기이한 행동은 일상의 권태 때문인 듯하다.

닐과 앨리스는 부모로부터 양돈·도축사업을 물려받기로 돼 있었다.

예전부터 열심이었던 앨리스와 달리, 닐은 사업에 흥미가 없었다.

홀로 멕시코에 남아있는 동안 돼지의 환영이 어른거린다.

권태와 욕망 사이의 서스펜스…영화 '썬다운'
앨리스와 조카들은 장례를 치른 뒤 연락이 되지 않는 닐의 안부를 확인하러 또는 연락두절에 항의하러 멕시코로 다시 간다.

닐은 무기력한 말투와 표정으로 앨리스에게 상속 재산을 모두 가져가라고 말한다.

그는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연금 이외에 돈에는 관심이 없다.

닐의 기이하고 이해 불가능한 행동이 서스펜스의 주재료다.

닐은 늘 사회적 통념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일상의 반복적 무료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이 그의 동력일 것이다.

영화는 여러 면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닮았다.

눈부시게 작열하는 태양과 모래사장, 어머니의 죽음, 해변의 총기 사건은 물론 닐의 마지막 운명도 그렇다.

권태와 욕망 사이의 서스펜스…영화 '썬다운'
칸과 베네치아 등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호평받는 멕시코의 젊은 감독 미셸 프랑코는 어린 시절 방학을 보낸 도시 아카풀코가 폭력의 진원으로 변화한 데 충격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작가노트에 "태양은 태곳적 공간을 지배한다.

햇빛은 항상 무자비하고 직접적으로 사물을 때린다.

태양의 이미지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를 반영한다.

인물들의 정서적 상태, 그리고 그 주위의 만연한 폭력"이라고 적었다.

31일 개봉. 83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