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길 감독 "거친 수묵화 같은 액션…어린 시절 화가의 꿈 투영"
게임하듯 임무 수행하는 인간병기…넷플릭스 영화 '카터'
눈을 떠보니 귓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자를 둘러싼 외국인 무장요원들은 정병호 박사라는 인물의 행방을 묻는다.

기억을 전부 잃어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정병호를 알 리가 없다.

요원들은 남자와 정병호가 함께 찍은 동영상을 들이대며 위협한다.

일단 목소리의 지시에 따라 모텔방 창문을 깨고 뛰어내려 도착한 곳은 공중목욕탕이다.

남자는 몸에 문신을 한 정체불명의 상대 100여 명을 낫 한 자루로 처치한다.

목소리는 남자의 이름이 카터라고 알려준다.

'카터'는 의문의 작전에 투입된 카터(주원 분)가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고 주어진 임무를 성공시키는 과정을 담은 액션영화다.

게임하듯 임무 수행하는 인간병기…넷플릭스 영화 '카터'
DMZ(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문제였다.

비정상적 신체 능력과 공격성을 갖게 되는 좀비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창궐로 미국과 북한이 초토화한 가운데 남북은 치료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정병호 박사가 핵심 인물이다.

그는 딸의 항체를 이용해 치료제를 만들러 신의주 연구소로 가던 중 실종된다.

정병호 박사의 딸을 찾아 연구소에 안전히 데려다주는 게 카터의 임무다.

카터의 입 안에는 폭탄이 설치돼 있다.

그는 귓속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이동하며 CIA 요원을 제압하고 인간 치료제인 정병호 박사의 딸을 북송해야 한다.

이런 설정과 원테이크 촬영 덕분에 영화는 마치 온라인 임무수행게임을 보는 듯하다.

게임하듯 임무 수행하는 인간병기…넷플릭스 영화 '카터'
카터는 목욕탕 혈투 이후 시장골목과 옷가게를 거쳐 승합차에서 국가정보원 요원들을 만난다.

카터는 쉬지 않고 뛰거나 오토바이를 몰며 목소리의 지시를 하나씩 수행한다.

이 20여 분의 액션은 원테이크로 촬영됐다.

한국 최고의 액션 마스터로 평가받는 정병길 감독은 김옥빈을 킬러 숙희로 내세운 1인칭 액션 '악녀'(2017)에 이어 재차 독창적인 액션 스타일을 구축했다.

액션은 양적으로도 풍성하다.

목욕탕에서 팬티 바람에 낫을 무기로 시작한 카터의 액션은 오토바이·자동차·헬기·기차·스카이다이빙으로 스케일을 넓힌다.

낙하산을 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전문 스카이다이버가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했다.

헬기 역시 실감 나는 액션을 위해 실물 크기로 직접 제작했다.

게임하듯 임무 수행하는 인간병기…넷플릭스 영화 '카터'
정 감독은 2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카터의 액션은 거친 수묵화"라며 "어릴 때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카터에 투영시켰다"고 말했다.

카터의 문신 역시 수묵화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정 감독은 "덧칠을 못 하고 한 번에 그려야 하는 수묵화 같은 날것의 느낌을 카터의 몸에 새겨주고 싶었다"며 "제가 카터의 몸에 개인전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 '각시탈'과 '7급 공무원' 등에서 액션 연기를 연마해온 주원은 대부분 장면을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

그는 "넉 달 동안 액션 트레이닝을 하고 매일 고강도 액션을 촬영했다"며 "두 시간 넘는 러닝타임 내내 액션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5일 넷플릭스 공개. 132분.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