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퀸' 부담스럽지만 피할 이유 없어"
'뒤틀린 집' 서영희 "이제 호러에 눈뜬 듯"
배우 서영희에게 '호러 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 20년 가까이 됐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스승의 은혜'(2006)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슬래셔 호러였다.

공포영화가 여배우 등용문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국산 공포물이 가뭄에 콩 나듯 제작되지만, 서영희는 '여곡성'(2018) 이후 4년 만에 다시 공포영화로 돌아왔다.

"부담스럽지만 뭔가 타이틀이 생긴 것만으로도 좋아요.

" 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뒤틀린 집' 제작사에서 만난 서영희는 '호러 퀸'으로 불리는 데 대해 "힘이 되고 굳이 피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추격자'(2008)의 미진처럼 스릴러에서도 피칠갑을 하고 등장하는 캐릭터를 유독 자주 맡는 바람에 '호러 퀸' 이미지가 더 굳어졌다.

'뒤틀린 집' 서영희 "이제 호러에 눈뜬 듯"
'뒤틀린 집'은 올여름 개봉 일정을 잡은 유일한 국산 공포물이다.

잔인하거나 놀래주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신경쇠약에 걸린 엄마 명혜(서영희 분)가 외딴 집으로 이사한 뒤 서서히 미쳐가는 모습을 그린 심리 호러다.

명혜는 육아우울증에 풍수지리상 귀신이 몰려든다는 집터의 저주까지 겹치며 파국을 맞는다.

환청과 환각·악몽에 시달리는 명혜는 딸 희우(김보민)에게 문제의 원인이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정신 상태가 점차 악화하면서 딸을 학대하기 시작한다.

서영희는 "모성을 지키려는 마음과 다르게 엇나가는 상황이 명혜를 아프게 했다"며 "아이와 계속 멀어지다가, 남의 탓으로 돌렸지만 결국 내 탓이었다고 깨닫는다"고 설명했다.

'뒤틀린 집' 서영희 "이제 호러에 눈뜬 듯"
명혜는 보는 이가 무서울 정도로 딸에게 짜증과 화를 내고, 걸신들린 사람마냥 고기를 먹어치우기도 한다.

정신병이 엄마 노릇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림작가로 일하는 남편 현민(김민재)도 아빠 역할을 감당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의문스러운 존재인 동네 이웃은 아이를 놓아버리고 자유를 찾으라고 부추긴다.

서영희는 촬영을 하면서 아픈 아이를 둔 엄마를 머릿속에 떠올렸다고 한다.

"놓아버리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잖아요.

아이가 아프지 않더라도, 미혼인 친구들이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는 게 그런 이유 때문 아닌가 싶어요.

남성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요.

"
서영희는 모녀간 뒤틀린 관계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장에서도 희우 역을 맡은 김보민과 친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대기하고 있을 때 촬영 준비하는 모습이 아이 시선에 남을까 봐요.

아이와 관계에서 미안함이 컸죠."
'뒤틀린 집' 서영희 "이제 호러에 눈뜬 듯"
현실에서는 두 딸의 엄마다.

그는 "예전에 엄마 역할을 할 때는 아이와 호흡을 잘 모르고 예쁘다며 혼잣말하기 바빴다"며 "이제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데 익숙해지고 아이 반응을 기다리는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호러 퀸'으로 10년 넘게 연기생활을 했지만 막상 공포영화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는 편은 아니다.

그는 '여곡성'을 촬영하면서 "호러에 눈을 뜬 것 같다"고 했다.

"놀래주거나 피가 난자하는 영화보다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공포영화를 좋아해요.

공포영화를 많이 접하면서 미장센이 뛰어난 작품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죠. 놀라게 하는 걸 즐기지는 않지만 보고 나면 시원한 뭔가가 있더라고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