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제공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제공
유지태의 얼굴엔 선과 악이 공존한다. '동감, '봄날은 간다'와 같은 작품에선 멜로 장인과 같았다가도 '올드보이', '꾼', '돈' 등에선 날 선 얼굴이다.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남겨온 그가 스페인의 인기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에서 그는 남북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을 상대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계획하는 교수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교수는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 협상팀장 선우진 경감(김윤진)과 날카로운 대치를 벌이면서도, 카페 주인 박선호로 분해 속내를 숨기고 그에게 접근한다. 시리즈가 공개된 후 시청자들은 우스갯소리로 '종이의 집'이 아닌 '사랑의 집'이라며 유지태, 김윤진의 멜로 파트에 대해 호평했다.

2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유지태는 '역시 멜로는 유지태'라는 반응에 대해 "감사하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제가 목표했던 것은 대사나 상황이 그려지지 않는 부분을 배우들의 감정으로 채우는 것이었다"며 "대사에는 없지만, 눈과 느낌으로 시청자들에게 교수와 선우진 경감이 관계가 느껴지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 중 교수와 선우진, 덴버와 미선 커플의 베드신이 크게 화제가 됐다. 유지태는 "그동안 베드신을 종종 해왔다. 드라마 '굿와이프'에서도 했었는데 유튜브 조회수가 이천만이라 깜짝 놀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예전부터 몸을 만들어 왔던 터라 등 근육이 울퉁불퉁하다"며 "감독께 나는 옷을 입고서 하는 게 덴버가 더 돋보일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다. 제가 육감적으로 보이면 안 될 것 같았다. 감독도 섹시미는 덴버가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번 베드신이 유튜브로 공개된다면 몇만 뷰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이번에 김윤진 선배가 매우 빛이 났다"며 "500만?"이라고 귀띔했다.

조폐국을 점거하겠다는 판을 짠 교수는 필요에 의해 접근한 선우진 경감에게 후반부 매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사랑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신은 없지만, 교수가 선우진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의 생각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집이 되긴 했습니다만 많이 다가갔고요. 윤진 선배가 워낙 신을 디테일하고 깊이 있게 생각했고, 깊은 감정을 저도 받았습니다. 선우진이 맥주를 마신다는 짧게 쓰인 장면에서 순간 '아!'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 등 윤진 선배가 만든 것이에요. 많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연기 하나하나 소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기억에 남는 신도 물론 김윤진과 함께한 부분이었다. 그는 "전개가 빨라서 시청하는 분들이 무리 없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윤진 선배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제공
유지태 /사진=넷플릭스 제공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한국판 '종이의 집'은 27일 기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폴, 대만, 태국, 베트남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원작과 비교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유지태는 "시리즈가 공개되고 축하한다는, 대박 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하루 이틀 한 것도 아니고 하던 대로 했다고 말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워낙 사랑받은 원작이 있기에 대본을 받을 때부터 호불호를 예상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종이의 집'도 잘 되어서 한국 시리즈가 계속해서 사랑받았으면, 1인치의 벽을 계속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 유지태 "원작 교수보다 키 크고 비율 좋아…멜로 비주얼 부각"에서 계속…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