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시리즈의 대단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멸종한 공룡을 스크린에 부활시킨 '쥬라기' 시리즈는 1990년대를 관통한 문화 아이콘이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레고는 물론 로고를 그려 넣은 아이스크림까지 출시될 정도였다.

한 세대를 꽉 채워 전 세계 공룡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 영화 '쥬라기' 시리즈가 막을 내린다.

다음 달 1일 세계에서 가장 빨리 국내 개봉하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하 '쥬라기 월드 3')은 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로 시작한 쥬라기 시리즈의 여섯 번째, 2015년부터 이야기를 이어간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를 이끌어 온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쥬라기 공원'으로 시작한 이야기의 모든 결말을 보여줄 것"이라며 "시리즈에 등장한 모든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29년 시리즈의 대단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언론 시사회로 공개된 '쥬라기 월드 3'는 트레보로우 감독의 말대로 시리즈를 깔끔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오웬(크리스 프랫 분)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주인공 앨리 새틀러 박사(로라 던)와 앨런 그랜트 박사(샘 닐), 이안 말콤(제프 골드브럼)은 물론 전작들에서 탐욕과 정복욕의 화신처럼 그려진 '인간 빌런' 헨리 우 박사(B. D. 웡)까지 한데 모여 거대 공룡을 마주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역시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 작품답다.

수십 년 만에 재회한 앨리·앨런 커플, 산속에서 조용히 살던 오웬·클레어 커플의 에피소드가 번갈아 이어지다가 하나의 목적 아래 시리즈의 모든 주인공이 조우한다.

전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에서 이슬라 누블라섬을 벗어난 공룡들은 이제 전 세계로 퍼져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밀거래와 불법교배가 횡행하자 미국 정부는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신에 독점 포획권을 준다.

이탈리아 돌로미티에 공룡 보호구역이 생기지만, 인간의 불순한 의도를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한다.

29년 시리즈의 대단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오웬·클레어 커플은 미국 서부 시에라네바다산맥 기슭에서 쥬라기 공원 초창기 멤버 벤자민 록우드의 손녀 메이지(이사벨라 서먼)와 함께 산다.

오웬이 어릴 때부터 조련한 벨로시랩터 '블루'가 이들을 찾아오지만 곧 새끼 '베타'가 밀렵꾼들에 포획되고 만다.

사라진 건 베타만이 아니었다.

밀렵꾼들은 메이지 역시 납치한다.

고생물학자인 앨리와 앨런은 전 세계를 휩쓰는 메뚜기 떼를 보며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다.

이들은 바이오신이 식량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해 팔뚝만 한 메뚜기 떼를 개발해 퍼뜨렸다고 의심한다.

메뚜기 창궐은 복제인간으로 태어난 메이지의 정체성과 함께 시리즈의 주인공들이 바이오신에 모이는 계기가 된다.

29년 시리즈의 대단원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공룡들이 전 세계로 퍼진 만큼 공간적 스케일도 커졌다.

눈밭을 내달리는 공룡과 몰타 시내에서 펼쳐지는 추격신 등 서부극이나 매드 맥스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볼거리도 많다.

길이 13m, 무게 15t의 몸으로 시속 40㎞ 이상 속도를 낸다는 기가노토사우루스가 등장한다.

통제장치가 해제되면서 재앙이 시작된다는 설정, 공룡을 맞닥뜨릴 때마다 내뱉는 대사 '움직이지 마!'(Don't move!)는 시리즈의 상징이다.

그러나 거대한 메뚜기 떼에 겁먹은 어린 아이들의 표정, 공룡 고기까지 구워 파는 암시장의 음습한 분위기는 이 시리즈가 애초에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에서 출발했음을 상기시킨다.

탐욕에 눈 먼 인간들이 자연을, 나아가 인류를 통제하려는 욕망을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시리즈가 30년 가까이 던진 이 질문에는 총괄제작으로 마지막 작품까지 지휘한 스티븐 스필버그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내달 1일 개봉. 147분. 12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