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웅·웅산 등 서울 재즈 페스타 '올 스타즈' 공연…야외 축제에 환호·함성

"저 혼자 연주하려니 쓸쓸하네요.

추임새가 있어야겠지요? 제가 사인을 하면 '얼쑤'를 큰소리로 외쳐주세요.

네, 바로 이겁니다!"(신관웅)
은빛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1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신관웅은 '손이 얼어서 잘 될지 모르겠다'더니 건반 위로 신명 나게 손을 놀렸다.

곡이 절정에 다다르자 급기야 건반을 팔꿈치로 '쿵' 치더니 일어나서 두 팔을 객석을 향해 휘저었다.

객석에서는 "얼~쑤!"하는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재즈의 날'인 30일 오후 서울 노들섬에서 열린 '서울 재즈 페스타'의 하이라이트 공연 '재즈 올 스타즈'에서다.

이날 공연은 신관웅을 비롯해 김준(보컬)과 최선배(트럼펫) 등 1세대 연주자부터 재즈 디바 웅산, 기타리스트 찰리정 등이 한국 재즈의 과거와 현재를 망라하는 자리였다.

신관웅은 '한오백년' 연주를 끝내고는 객석을 향해 일어나 합장했는데, 눈에 띄는 독특한 순백의 복장 때문인지 마치 어느 사원의 구도자처럼 보였다.

그는 "이 옷은 한국에 온 야니(미국의 유명 연주자)가 특별히 선물해준 옷"이라고 소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대부분 사라지면서 노들섬 야외무대에서는 간간이 함성과 환호도 들렸다.

관객들은 63빌딩 뒤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코로나19로 2년여 만에 돌아온 음악 축제를 즐겼다.

한국재즈협회장을 맡아 행사를 총괄한 웅산은 "유네스코는 재즈가 인류 화합의 정신과 통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실제로 재즈는 흑인으로부터 시작돼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루고 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등 제3세계 음악까지 융합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재즈 음악이 각각의 형태로 울려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멋진 재즈 음악이 2년 넘게 코로나19로 고생한 모든 시민과 재즈 팬들에게 힐링의 시간을 선사하면 좋겠다"며 "오늘은 한국 재즈의 1~3세대가 어우러지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대로 공연은 한국 재즈의 역사 그 자체였다.

재즈의날에 '전설'들 모였다…"2년간 고생한 시민에게 힐링되길"
김준은 최선배·신관웅 같은 1세대 동료는 물론 후배인 찰리정·신동하(베이스)와 함께 '서머타임'(Summer Time), '웬 더 세인츠 고 마칭 인'(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열창했다.

경력을 합치면 족히 100년이 넘을 세 명의 1세대 연주자의 하모니에는 여유가 넘쳤다.

김준은 흥을 이기지 못하고 "예~"하고 외치는가 하면, 최선배의 트럼펫 솔로 파트에서는 곁에 서서 박수도 쳤다.

재즈와 국악의 이색 협연 무대도 마련됐다.

대금 연주자 한충은은 찰리정의 기타 연주 등과 호흡을 맞춰 '블루 보사'(Blue Bossa)를 들려줬다.

한충은이 연주에 몰입해 팔이 '파르르' 떨릴 때마다 대금 소리가 보랏빛 석양 너머로 울려 퍼졌다.

드럼이 정교한 박자로 '기초'를 놓으면 피아노가 탄탄히 멜로디의 '기둥'을 세웠고, 대금 멜로디는 자유자재로 그 위를 뛰놀았다.

관객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숨을 죽이고 이 조화를 지켜봤다.

공연 도중에는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홍덕표(트롬본), 최세진(드럼), 김대환(퍼커션), 강대관(트럼펫), 조상국(드럼), 이동기(클라리넷), 박성연(보컬) 등 세상을 먼저 떠난 1세대 재즈 뮤지션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모든 출연자가 함께 무대에 오른 앙코르 무대. 김준부터 웅산까지 출연자들은 한데 모여 흥겹게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와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를 불러 관객을 즐겁게 했다.

특히 앙코르에는 래퍼 MC스나이퍼가 '깜짝' 출연해 재즈와 K팝, 그리고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의 비빔밥 같은 무대를 선사했다.

"한국 재즈는 오늘부터 그 전성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믿으십니까?" (웅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