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어떤 위기가 와도 우린 방법을 찾아냅니다. 지금도 이렇게 이 자리에 있잖아요."(RM)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은 1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1일차 공연을 개최했다. 2년 넘게 팬들과의 만남을 가로막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벽을 뚫고 무대에 선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공연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2019년 10월 월드투어 파이널 이후 2년 반 만에 개최한 국내 대면 콘서트다. 이날을 시작으로 12~13일까지 이어진다.

공연 규모는 1회당 1만5000명의 인원이 수용 가능하도록 사전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3일간 총 4만5000명의 관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중음악 공연 가운데 최대 규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현재 당해 시설 수용가능 인원(좌석 수 기준)의 50% 이내, 실내시설의 경우 최대 4000명 이내에서 공연을 승인하고 있다. 이번 방탄소년단 콘서트 장소는 실외 공연장으로, 좌석수 50% 이내 기준이 적용됐으나 주경기장의 좌석수인 약 6만5000석의 50%에 훨씬 못 미치는 1만5000석만 가용하기로 했다.

축소된 관객수에 방역 완화로 방역패스 없이 체온 측정만으로 공연장 입장이 가능해 혼잡도는 크게 줄었다. 공연장 내 함성, 떼창, 구호, 기립 등은 금지됐다. 이에 팬들은 시작 전부터 객석에서 일제히 클래퍼를 치며 방탄소년단을 향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공연의 포문은 '온(ON)'이 열었다. 방탄소년단은 팬데믹으로 직접 무대를 보여줄 수 없었던 '온'을 첫 번째 순서로 준비했다. 마칭밴드와 함께 시작부터 웅장함을 자아낸 이들은 이어 히트곡 '불타오르네'와 '쩔어'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현장 분위기를 한층 뜨겁게 달궜다. 팬들은 열정적으로 클래퍼를 치며 방탄소년단의 에너지에 화답했다.

오프닝 무대 후 RM은 "객석에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달라진 기분"이라며 감격했다. 제이홉은 "이번 공연을 다들 오랜 시간 기다려왔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알찬 무대들을 준비했으니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던 'We Don't need Permission'이라는 문구에 어울리는 힘찬 외침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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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후회도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부을 테니 여러분들도 끝까지 즐겨주세요!"

정국의 파이팅 넘치는 각오와 함께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피 땀 눈물', '페이크 러브(FAKE LOVE)',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인기곡을 비롯해 감각적인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블랙스완(Black Swan)'까지 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무대들이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오랜만의 대면 콘서트인 만큼, 공연의 본질에 최대한 충실한 연출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대에 설치된 대형 LED 화면은 대형 스타디움 콘서트의 웅장한 규모와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려내며 아티스트와 관객 간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트리스트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팬들의 긴 기다림에 보답하듯 멤버 7인의 완전체 무대가 주를 이뤘고, '다이너마이트(Dynamite)', '버터(Butter)' 등의 히트곡을 편곡해 콘서트만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또 멤버들은 함성을 지르지 못하는 팬들의 답답함을 헤아린 듯 무대 중앙부와 돌출무대를 활기차게 오가는 것은 물론, 무빙카를 타고 객석으로 가깝게 다가가며 거리감을 좁히기도 했다.

슈가는 "공연을 단체곡으로만 채운 이유는 아미가 우리들을 보고 싶어서도 있지만, 우리가 아미 분들을 조금 더 보고 싶어서다"라고 말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특히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팬들의 성숙한 관람 태도가 눈길을 끌었다. 공연 내내 팬들은 함성을 지르지 않고 일제히 클래퍼만을 치며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슈가는 "여러분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동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빅히트뮤직 제공
공연 후반부에 이르자 RM은 "이 무대가 끝난다고 해서 우리의 춤과 무대가 끝나는 게 아니니까 멀지 않은 미래에 더 나아진 모습으로 만나게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돌(IDOL)'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멤버들이 무대 뒤로 들어가자 앙코르를 요청하는 팬들의 클래퍼 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우레와 같은 클래퍼 소리가 이어지던 중 방탄소년단이 유엔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재생됐고, 이어 멤버들이 무대에 다시 올라 '홈(HOME)', '에어플레인 파트2', '뱁새', '병'까지 소화했다.

끝으로 멤버들 각자 소감을 전했다. 먼저 제이홉은 팬들에게 안부를 묻고는 "난 마냥 잘 지내지만은 못했다. 2년 반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여러분들을 그리워하며 기다렸다. 그런데 오늘 여러분들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정리가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그는 "사실 2년 반 동안 아미들에게 근황을 알리고, 뭐라도 해보고자 온라인 콘서트 등 많은 걸 했다. 우리끼리 관객 없이 무대를 꾸미면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그게 너무 힘들더라. 공연은 정말 가수와 관객분들이 한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걸 많이 느꼈다. 오늘 와서 그간의 제 마음을 잘 씻겨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뷔는 "정말 많은 기대를 했다. 이번에 신나게 놀았다. 아미 분들의 목소리 대신 박수를 들으니 다음엔 기필코 목소리를 들을 거라는 목표가 생겼다. 남은 공연에서도 행복한 추억 만들자"고 말했고, 정국은 "체감으로는 23년을 못 본 것 같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여러분들의 표정이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지만 우리 덕분에 행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행복한 날들 많이 만들어가자. 이제 시작이다"고 외쳤다.

슈가는 "다시 주경기장에 오게 됐다.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약속이 2년 반이나 됐다. 죄송한 마음이 컸다. 또 다시 만날 땐 가득 찬 주경기장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다. 하지만 더 좋은 날이 있지 않겠냐. 오늘 즐겨줘서 감사하다. 사랑한다"고 했다.

이어 지민은 "그동안 우리가 서로 얼마나 기다리고, 아쉬워하고, 보고 싶어했는지 잘 알 거다. 확실히 고향,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러분들 에너지 잘 받았다. 그간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들이 다 없어진 것 같아서 좋다. 오랜만에 친구를 본 기분이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털어놨고, 진은 "한국 아미분들이 이 큐시트를 눈에 담지 못해서 크게 바꾸지 않았다. 와주셔서 감사하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RM은 "사람들을 보고, 에너지를 받고, 같이 말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없어서 힘든 2년이었다. 사실 억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우리도 영혼을 갈아서 하는 공연이라 많이 못 보고 제한된 상태에서 하는 자체가 속상하다. 그래서 그 여백을 우리가 다 채우자는 마음으로 결연하게 올라왔다. 오늘 '홈'을 부른 게 의미가 있다. 정말 우리가 집에 왔기 때문이다. 여기가 진짜 우리의 진정한 고향 아니겠냐. 너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공연의 끝은 '퍼미션 투 댄스'가 장식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10월 온라인 콘서트, 11~12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의 오프라인 공연으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서울 공연을 마친 후에는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티켓은 LA, 서울 공연에 이어 단숨에 전석 매진된 상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