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 배경·생태계 실태 조명…"인간이 초래했으니 결자해지해야"
'공생의 법칙' 제작진 "생태교란종 해결책 고민하는 시작되길"
식용 목적으로 수입됐다가 민물고기 씨를 말릴 정도로 왕성하게 번식해버린 큰입배스, 관상용으로 키워지다 자연생태계에 버려져 다른 생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무법자가 된 미국가재.
올해 초부터 3부작으로 선보인 SBS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 '공생의 법칙'은 큰입배스, 미국가재 등 생태교란종이 국내에 유입된 배경부터 이들이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본다.

최근 서울 양천구 SBS에서 만난 '공생의 법칙' 이지원 CP와 김진호 PD는 "생태교란종에 위협받는 생태계의 실태를 알려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프로그램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정글의 법칙'을 만들어온 두 사람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연 생태계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껴왔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촬영이 중단되면서 자연스럽게 국내로 눈길을 돌리게 됐다고 했다.

프로그램에는 '정글의 법칙' 김병만 족장이 출연자로 자연스럽게 낙점됐고, 배정남과 박군이 합류해 생태계 지킴이 3인방으로 활약했다.

이들은 양봉농가의 꿀벌들을 사냥하는 검은등말벌 법집 제거, 황소개구리 포획, 충북 충주호를 가득 메운 블루길(파랑볼우럭) 퇴치 작업 등 생태교란종 개체 수 조절에 투입됐다.

'공생의 법칙' 제작진 "생태교란종 해결책 고민하는 시작되길"
방송 전에는 이런 장면이 담긴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동물권 단체로부터 '무분별한 살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해당 단체는 프로그램이 생태교란종을 혐오 대상으로 소개하고, 인도적인 관리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CP는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 기획과 촬영 단계에서 고민을 많이 했고, 생태교란종을 '나쁘니까 잡아야 한다'고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인간의 무지와 필요에 의해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의 부제로 '교란은 곤란해'와 '조화가 필요해'를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생태교란종의 개체 수 조절은 균형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생물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제작진은 강조했다.

실제 방송은 3인방의 활약 못지않게 희귀 생물을 관상용으로 들여왔다 싫증이 나면 버리는 인간의 이기심을 지적하고,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된 생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공생의 법칙' 제작진 "생태교란종 해결책 고민하는 시작되길"
김 PD는 "생태교란종은 사람들에 의해 생겨나 어쩔 수 없이 우리 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지 그 생물들 자체에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인간이 초래한 일이니, 우리가 이를 해결하는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대책을 모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던지고 싶었다는 것이 김 PD의 설명이다.

2부에서 이연복 셰프를 등판시켜 배스를 재료로 한 배스멘보샤, 어향배스 등의 요리를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배스는 애초에 식용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무리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충청남도는 어묵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런 걸 확장해서 밀키트 판매라든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생태계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그렇게 공감대가 형성되면 (생태교란종을 관리하는) 환경부 차원에서 예산이나 인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했다"고 전했다.

이 CP 역시 "예능은 새로운 정보나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즐겁고 편안하게 전달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공생의 법칙'은 우리 사회가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생태교란종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