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왓챠 '좋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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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를 보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누가 민간인 사찰을 했어."

토익 500점 스펙이 전부인 조충범(남현우)는 어느 날 면접을 보러오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면접을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고 드디어 '취준생'을 벗어났다는 기쁨에 회사를 간다. 그렇게 조충범은 정승네트워크의 신입사원이 된다.

문서 작업도 제대로 하기 힘든 오래된 컴퓨터, 사무실 의자도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누구도 신입 사원을 도와주지 않는다. 이미 많은 신입이 조충범처럼 왔다가 떨어져 나갔기 때문. 그래도 이전의 다른 신입들보다 우직했던 (혹은 눈치가 없던) 조충범은 주변을 살피면서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 갔다.

회사 분위기에 익숙해질 무렵, 새로운 신규 아이템을 제출하라고 한다. 정부지원금을 받으려는 '꼰대' 사장 정필돈(강성훈)의 성화에 신입 조충범은 소개팅 앱 개발안을 제출하고, 이는 '좋소기업'(좋은 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의 신규 사업이 된다. 단번에 회사 정체성이 바뀐 것.

기대보다 앱이 성공을 거두지만, 회사에는 변화가 찾아온다. 능력은 있지만 '인성 쓰레기'로 불렸던 직장 내 빌런 백진상(김경민)이 독립해 백인터내셔널을 차리고, 이길(이과장) 과장까지 빼 내 오는 데 성공한 것.

여기에 조충범까지 이직을 위해 정승네트워크를 떠나는 걸로 '좋좋소' 시즌3가 마무리됐다.

매일 똑같지만 다른 일상을 사는 직장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블랙 코미디 '좋좋소' 시리즈는 유튜브를 통해 먼저 공개돼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다. 정승네트워크를 배경으로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인사는 주먹구구식. 직원이 도망을 가도 상사는 퇴사자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우냐보다 회사의 카드를 어떻게 돌려받을지를 더 걱정한다.

시즌3까지 누적 조회수는 5300만을 기록하며 '초대박' 웹 드라마라는 평을 받았다. 이후 왓챠까지 진출했고, 지난 18일 공개된 시즌4는 왓챠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9년 통계청과 협업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2017년 말 기준 630만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했으며 중소기업 종사자는 1599만명으로 전체 기업 종사자의 82.9%로 파악됐다. 전체 기업 종사자 중 중소기업 종사자 비율은 82.9%였다. 대한민국 기업 10개 중 9개가 중소기업이고, 회사원 5명 중 4명이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것.

나의 이야기일 수 있고, 내가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진상'과 '꼰대', 그리고 '고문관' 신입까지 '좋좋소'는 직장인들의 현실을 세밀하게 반영한 에피소드들로 공감대를 자아냈다.

새롭게 시작한 시즌4는 기존의 성격을 그대로 이으면서 각각의 캐릭터간 갈등은 심화됐다. 원조 꼰대 사장 정필돈이 이끄는 정승네트워크와 인성은 쓰레기였지만, 능력은 있었던 백진상(김경민)이 창업한 백인터내셔널의 처절하고도 치졸한 생존 전쟁이 대결 구도로 펼쳐지는 것.

"그러면 대리해"라는 정필돈의 지시 한마디에 주임에서 대리가 된 이미나(김태영)와 "이제 다른 일도 배워보라"며 "오늘부터 주임하라"는 말에 인턴에서 주임이된 이예영(진아진).

능력은 없지만 인간미는 있었던 이길(이과장)과 새 회사를 찾아 나서는 조충범까지 각각의 캐릭터들이 선보일 에피소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다.

달랑 2명 남은 직원들에게 밥을 사주는 돈도 아까워서 "약속있다"면서 홀로 국밥을 먹는 정필돈이나, 오늘도 퇴사를 꿈꾼다는 이미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아, 아"만 하다가 여기저기 휩쓸리는 이예영까지 시즌4에서도 정승네트워크는 실망을 주지 않는다.
/사진=왓챠 '좋좋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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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좋좋소
공개일 2022년 1월 18일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