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배우 권상우가 생애 첫 악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코미디 연기로 호평과 흥행을 동시에 거머쥐었던 '탐정: 더 비기닝' 이후 7년 만에 김정훈 감독과 재회한 권상우는 '해적: 도깨비 깃발'을 통해 첫 사극에 도전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역적 부흥수 캐릭터를 통해 이제껏 본 적 없는 강렬한 다크 포스를 뿜어내며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20일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권상우는 "'탐정: 더 비기닝'이 벼랑 끝에 몰린 제게 제2의 도약이었다면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배우로서 확장성을 보여줄 기회"라고 밝혔다.

영화 '탐정' 시리즈, '히트맨',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까지 생활밀착형 연기로 사랑받아온 배우 권상우는 평생을 품어온 자신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서슴지 않는 부흥수 역을 통해 그간의 유쾌한 이미지를 탈피했다.

"사극을 언젠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시나리오를 오래전부터 봤고, 김정훈 감독이 연출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신뢰할 수 있었죠."

악역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그는 "권상우란 배우가 총각일 땐 액션도 하고 멋진 역할도 많이 했는데 그 외에 다른 걸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렬한 이미지를 위해 분장을 했던 일이 이번 작품에서 가장 재밌었던 점이라고 했다. "당시 드라마를 찍고 있을 때였는데, 2시간 동안 분장으로 제 모습이 바뀌는 게 재밌었어요. 분장 담당하시는 분이 얌전히 잘 자면서 받는 최고의 배우였다고 해주셨죠."

반면 "그동안 제가 촬영했고 선호하던 영화와는 다른 톤이었기에 대사와 움직임이 낯설기도 했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을지 안 맞을지 연결에 대해 고민하며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권상우는 극 중 가장 고독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캐릭터였다. "가장 큰 메리트였어요. 다른 캐릭터들이 유쾌하기에 그 안에서 유일하게 심각하게 표현하고 그들을 쫓아야 해서 눈에 잘 보일 것 같았죠. 주인공들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멋있게 나오려고 노력했습니다.(하하)"

강하늘은 권상우와 액션 합에 대해 "고수에게 한 수 배우는 느낌"이라며 극찬했다. 이에 대해 권상우는 "역시 강하늘은 과도하게 친절한 배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저도 검술 액션은 처음 해 보는데 액션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강하늘이란 배우는 연기를 잘해서 액션도 하나의 연기처럼 유연하고 쉽게 쉽게 하더라고요. '와 잘한다'라고 감탄했습니다."

한효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액션을 잘하는 여배우가 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액션을 할 때 본인이 너무 즐거워하더라. 리허설 때 보면 힘도 넘치고 회전력, 동작도 좋다. 앞으로 또 액션 하면 잘하겠다 싶었다"고 귀띔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 출연진들은 남다른 팀워크로 화제를 모았다. 악역인 권상우는 홀로 고립되어 촬영하는 일이 많았으나 강하늘, 한효주 등 배우들 덕에 분위기에 감화될 수 있었다고 했다.

"저는 어느덧 제일 선배가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현장은 후배들이 주도하는 현장이죠. 선배라고 꼰대같이 굴지 않고 누가 되지 않으려 눈치를 봤답니다. 그들은 또 저를 배려해줬고요.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느낌이었어요."

아쉬운 부분은 아킬레스건 파열로 깁스를 한 채 액션을 해야 한 점이었다. "사실 맨몸 액션이 더 편해요. 검으로 하는 액션은 내가 잘해도 다칠 수 있어서 정신적으로 조심스러웠죠. 촬영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돼서 깁스를 하고 촬영한 부분이 많은데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요즘은 깁스가 편하게 되어 있어 티 안나게 나와 감사할 뿐이죠. 그게 아니었다면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해적: 도깨비 깃발' 권상우 /사진=수컴퍼니
2001년 드라마 '맛있는 청혼'으로 데뷔한 권상우는 어느덧 21년 차 중견배우가 됐다. 하지만 '액션'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다.

"노화는 누구에게나 오는 거죠. 하지만 잘 관리해서 신체적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게 하려고요. 앞으로도 액션을 하고 싶기에 항상 준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요. 작품을 할 때 흥행 여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요. 용감하게 잘 덤벼들었다 싶어요. 앞으로는 주인공이든, 아니면 여러 배우가 나오는 작품에서 내가 연기할 재미있는 역할이 있다면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해적: 도깨비 깃발'이 그런 작품이죠. 충분히 열려 있다는 마음으로 접근했습니다."

권상우는 20년 전 출연했던 영화 '화산고'를 떠올리며 "지금 보면 너무 느려서 못 볼 것"이라고 했다. "요즘 영화는 굉장히 스피디 해졌고 여러모로 놀랍습니다. 영화 종사자 분들이 열심히 띄워주셔서 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장치들이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권상우는 결혼 후 세상을 넓게 보게 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는 "아이들도 커가고 가족끼리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며 "제게 좋은 작용이 된 것 같다"라고 했다.

"가족들이 미국에 있어서 작품 할 땐 혼자 한국에서 찍고, 끝나면 미국으로 가요. 자가격리만 네 번이나 했습니다. 이 작품을 빨리 끝내야 가족을 볼 수 있으니 긍정적인 마인드가 됩니다. 일에 대해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도 생기고요."

사춘기를 맞은 아들 룩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래 아들이 먼저 연락 안 하는데 연락이 왔더라고요. 유튜브로 '해적: 도깨비 깃발' 영상을 봤는데 너무 재밌을 것 같다고요. 아들이 되게 궁금해했어요. 보통 '쇼미 더 머니' 정도 이야기를 해야 관심을 끌 수 있었는데 말이죠.(하하). 그런 거 보면 우리 영화도 10대 친구들이 많이 봐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4년 개봉해 866만 명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두 번째 시리즈인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 한국형 해양 블록버스터다.

권상우는 '해적: 도깨비 깃발'의 매력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여러 장르의 영화가 필요한데, 요즘 친구들이 느끼기에 더 신선한 작품이 될 거 같다"고 했다. 오는 26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