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함춘호 손잡고 어쿠스틱 앨범 발표…히트곡 망라
"발라드 때론 지겨운 느낌도 들어…빅밴드 재즈 무대 해보고 싶어"
이광조 "모든 게 두려웠지만…44년 노래 인생 엑기스 뽑아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냄으로써 나 자신이 얼마나 위안을 받느냐에 주안점을 뒀어요.

소리가 뜻대로 나오지 않을 때는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죠."
1980년대를 풍미한 가수 이광조(69)가 오는 22일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손잡고 어쿠스틱 앨범 '올드 앤드 뉴'(Old & New)를 낸다.

음반에는 '사랑을 잃어버린 나'(1985),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1985), '세월 가면'(1987), '우리 이제 잊기로 해요'(1990) 등 대중에게 익숙한 발라드와 신곡 '우리 떠나가요'까지 총 10곡이 함춘호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함께 담겼다.

음반 재킷 이미지의 글씨는 후배 가수 남궁옥분(63)이 써 줬다.

이광조는 1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쿠세(습관) 박혔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음 하나하나를 굉장히 정확하게 내려고 노력했다"며 "44년 노래 인생의 엑기스를 뽑아냈다"고 말했다.

1977년 '사랑의 바람'으로 데뷔한 이광조는 트로트와 포크 위주의 가요계에 감정선 진한 발라드로 숱한 히트곡을 남긴 가수다.

그는 이번 음반 작업을 두고 "손끝에서 울리는 마지막 감정 한 방울까지도 녹여내야 하는 건데, 아무렇게나 부르면 노래에 대한 모독"이라며 "오랫동안 들어도 질리지 않도록, 너무 옛날 느낌이 나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음반 작업은 사십년지기이자 아홉 살 어린 동생인 함춘호가 수년 전 '한번 함께하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함춘호는 1981년 이광조의 '저 하늘의 구름 따라' 음반에 참여하면서 세션 활동을 시작한 인연이 있다.

이광조는 "사실 모든 게 두려워서 노래 부르는 것을 관두려고까지 했다"며 "그 전에 무언가 하나 남겨야 할 것 같아 춘호에게 몇 년 전 그 이야기가 아직 유효하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수락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나이도 있다 보니 내가 지금 나와도 될까 걱정도 많이 했지요.

나이 70 가까이 돼서 판(음반)을 하나 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하려면 감정이 깊이 섞인 음악을 해야겠다고 해서 함춘호와 일대일로 작업을 했지요.

"
그는 "옛날에는 목이 튼튼해서 뭐라도 불러제끼면 됐는데, 이제는 녹음하려니 마이크 앞에서 홀로 외로이 싸우는 것 같다"며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사람들에게 '듣기 싫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 나 자신도 공감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고 되돌아봤다.

이번 음반은 '감정이 깊이 섞인 음악'이라는 그의 설명 그대로다.

이광조 "모든 게 두려웠지만…44년 노래 인생 엑기스 뽑아냈다"

그렇지 않아도 이광조의 주요 히트곡을 가로지르는 감정선은 '쓸쓸함'. 여기에 함춘호의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가슴을 후벼파는 감정의 진폭은 배가 됐다.

이광조는 "예전 노래를 다시 녹음한다고 하면 남들이 보면 쉬워 보이지만, 과거에는 악단과 함께했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기타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며 "내가 떨면 그 찰나의 떨림이 오롯이 다 녹음됐다.

함춘호와 프리템포로 녹음한 곡이 많아서 호흡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었을 시절 원곡을 녹음할 때는 '이렇게 하면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불렀다"며 "하지만 지금은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아주 내 몸에 붙은 것처럼, 내 몸의 감각이 된 것처럼 불렀다"고 부연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을 그대로 노래로 전해주니 그 자체로 울림이 있다고 합디다.

미국에서 어느 운전기사가 제 목소리가 너무나 슬픈데 한편으로는 화려해서 야하대요.

" (웃음)
가장 어려웠던 노래를 물어보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 한다.

지난 세월 무수히 무대에서 들려줬을 그의 히트곡이라는 점에서 의외다.

이광조는 "이 노래는 처리하기에 까다로운 슬픈 감정도 있지만 소탈하게 '툭' 털어놔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머릿속으로는 그림이 그려지는데 막상 녹음하려니 잘 안 나왔다.

음도 너무 높아서 소리를 내기 어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노래는 30대 중반 시절에도 '나중에 늙어서 부르라고 하면 못 부르겠다'고 생각하던 노래"라며 웃었다.

내년이면 고희(古稀)를 맞는 그의 노래 인생을 함께한 장르는 발라드다.

그에게 발라드란 어떤 의미냐고 하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광조는 "발라드가 지겨운 느낌도 든다"며 "그래서 이제는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싶다.

빅밴드, 브라스 밴드와 함께 재즈 공연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어느 호텔 소속 재즈 밴드도 해봤지만, 당시 대학교 진학 때문에 오래 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번 음반과 별도로 스탠더드 재즈 장르로 신곡 녹음을 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게 제 마지막 음반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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