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피부를 판 남자'·'끝없음에 관하여' 개봉
베네치아 수상작으로 만나는 유럽의 세 가지 얼굴
유럽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는 영화 세 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다.

9일 개봉하는 '리슨'은 지난해 베네치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과 미래의 사자상을 받은 작품이다.

포르투갈 출신 아나 로샤 감독은 영국 런던 교외에 사는 가난한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영국의 복지제도의 허상을 꼬집는다.

청소 도우미로 일하는 벨라(루시아 모니스 분)는 세 남매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일용직으로 일하다 월급도 못 받고 실직한 상태. 벨라는 열이 나는 큰아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청각 장애가 있는 딸 루(메이지 슬라이)와 젖도 못 뗀 막내를 데리고 길을 나선다.

루를 학교에 들여보내기 전, 거리 구석에 두 아이를 앉혀 놓은 벨라는 상점에서 빵과 치즈를 훔친다.

죄책감이 가득한 얼굴로 상점 주인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물 한 병만 계산하고 돌아선다.

빵과 치즈를 훔쳐 루의 아침을 먹여야 하는 형편에 루의 고장 난 보청기는 새로 살 엄두도 내지 못한다.

고장 난 보청기 때문에 위험에 처했던 루를 살피던 교사가 루의 몸에 난 멍을 발견하고 아동학대로 당국에 신고한다.

경찰과 집으로 들이닥친 복지국 직원들은 즉시 세 아이를 데려가고, 벨라가 적절한 해명을 할 기회도 없이 아이들은 강제 입양될 위기에 처한다.

루와 수화로 대화하는 것이 '영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면회 시간을 박탈하고, 루의 멍이 폭력이 아닌 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입양은 돌이킬 수 없다'고만 반복하는 복지국 담당자들 앞에서 벨라는 좌절한다.

베네치아 수상작으로 만나는 유럽의 세 가지 얼굴
16일 개봉을 앞둔 '피부를 판 남자'는 피부에 타투를 새기는 예술가의 작업을 거쳐 예술작품이 되는 시리아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난민 문제와 인간의 존엄성, 현대 예술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억압을 피해 시리아를 탈출한 샘(아흐야 마하이니)은 고급 갤러리에 손님인 척 들어가 음식을 축내다 소라야(모니카 벨루치)의 눈에 띈다.

세계적인 예술가 제프리(코엔 드 보우)의 비서였던 소라야는 샘을 제프리에게 소개하고, 제프리는 오랫동안 생각해 왔던 획기적인 작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운다.

제프리는 샘에게 등에 타투를 새겨 살아있는 예술품이 되면 원하는 자유와 명예,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샘은 그 계약을 받아들인다.

등에 '솅겐 비자'를 새기고 미술관에 앉아 있는 샘은 화제가 되고, 시리아 난민 단체는 인권 침해라며 반발한다.

샘은 자신이 판 것이 피부만이 아님을 깨닫고 새로운 거래를 한다.

영화는 세계적인 예술가 빔 델보예가 팀이란 남자의 등에 타투 작업을 하고 미술관에서 살아있는 예술품으로 전시한 뒤 사후에 그 피부를 액자에 보관하는 계약을 맺은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튀니지 출신 여성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의 신작으로, 샘을 연기한 아흐야 마하이니가 지난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오리종티 최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베네치아 수상작으로 만나는 유럽의 세 가지 얼굴
2019년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끝없음에 관하여'도 16일 개봉한다.

스웨덴의 노장 로이 안데르손 감독은 아무 연관이 없는 다양한 사람들의 짧은 에피소드를 이어붙여 삶의 고통과 슬픔, 우울과 외로움, 절망을 비춘다.

탈색된 듯한 색감에 완벽하게 구성된 미장센은 회화적인 느낌을 주는데 기차역, 방, 카페 등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간이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음울한 구름이 낮게 깔린 하늘이나 한때 아름다웠지만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도 모형 제작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됐다.

감독은 영화의 구조와 미장센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일야화'와 샤갈의 '도시 위에서' 등 다양한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