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주 "새 앨범보다 그래미 심사위원으로 관심받지만 행복해요"
내년 1월 소규모 '팬서트'…5월에는 세종문화회관서 독창회 계획 "최근에 새로 낸 음반 소식보다 '그래미 어워즈' 심사위원으로서 더 주목받았어요.
기분 나쁘지 않냐고요? 오히려 행복해요.
"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며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온 팝페라 테너 임형주(35·로마시립예술대학 성악과 석좌교수)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그래미'로 운을 뗐다.
그만큼 연락이 많이 온다는 뜻이다.
임형주는 지난 22일 연합뉴스와 만나 "운이 좋게 그래미 '보팅 멤버'(투표인단 겸 심사위원)로 선임됐을 뿐"이라면서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한국 아티스트들이 후보에 오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2017년 아시아 팝페라 가수로는 처음으로 그래미를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회원 중에서는 최고 등급인 보팅 멤버, 활동 기간 역시 가장 긴 5년에 이른다.
임형주는 보팅 멤버가 되는 것 자체가 까다롭고 어렵지 않냐는 말에 "아카데미가 여러 비판에 직면하며 유색 인종, 여성의 투표권을 대폭 늘리겠다고 했을 때 혜택을 받은 것뿐"이라며 겸손해했다.
아카데미 측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탓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으나 임형주와 같은 보팅 멤버는 현재 1만∼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의 선택이 '그래미'의 1차 관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임형주 역시 이달 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1차 투표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1차 후보 선정 과정부터 투표자 한 명당 총 10개 부문에서 선택해 투표권을 행사하도록 했고 중복투표도 가능했다"고 전하면서도 보팅 멤버의 역할을 들어 구체적 언급은 삼갔다.
다만 그는 2년 연속 그래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후보에 오른 BTS와 관련해선, 멤버 RM을 콕 집어 "새로운 아이돌 (형태)의 전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자칫 앨범에 대한 관심이 묻히는 것 아니냐는 말에 임형주는 문제 될 게 없다는 듯 환히 웃어 보였다.
팝페라 앨범으로는 7번째, 가요 앨범까지 모두 합치면 정확히 18번째 나온 이번 앨범은 5년 만에 발표한 신보다.
임형주는 "원래 2019년 말, 혹은 2020년 초에 낼 생각이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 '묵힌' 앨범이 됐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초도 물량이 3일 만에 소진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새 앨범의 제목은 '로스트 인 타임'(Lost In Time),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떠나는 노래 여행이다.
임형주는 앨범 수록곡 가운데 제81회 순국선열의날 기념식 삽입곡으로 쓰인 '희망가'의 가사 일부가 이번 앨범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잃어버린 시간을 살았던 선조들의 삶을 돌아보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지금의 우리도 2년을 잃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고 더욱 열심히 미래를 계획하고 희망을 그려봅시다, 이렇게요.
"
팝페라 하면 임형주, 임형주 하면 팝페라라는 게 자연스레 떠오르지만,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그는 덤덤히 말했다.
임형주는 "데뷔 후 20여 년간의 음악 인생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영광과 고난의 역사"라며 "초반에는 순수 음악과 대중음악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 자신이 한번 두번 넘어지고 일어서며 개척한 길이기에 끌어주는 선배도, 든든한 지원 시스템도 없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상처투성이였죠. 그런데 음악의 장르를 구분 짓고 경계를 나누는 건 무의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음악 장르가 있다면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음악' 그뿐이죠." (웃음) 코로나19 상황 속에 아직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임형주는 다시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누비다 코로나19 상황으로 2년 가까이 무대를 떠났지만 하루빨리 팬들 앞에 서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음악가로서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할 일도 더 많다는 작은 욕심도 있다.
임형주는 우선 내년 1월 팬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팬서트'(팬 미팅과 콘서트를 합친 말)를 열 계획이다.
피아노 한 대만 두고 팬들 앞에서 노래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아듀 코로나'라고 귀띔했다.
팝페라 정규 7집 앨범이 다소 늦어졌던 만큼 8집 앨범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임형주는 "8집 작업도 계속해왔던 터라 60% 정도는 끝난 상태"라며 "내년 5월 15일에는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1세대 피아니스트 선배'와 함께 독창회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만 대극장, M씨어터, S씨어터, 체임버홀 등 4개 공연장을 모두 섭렵하게 된다"며 "미국 뉴욕 카네기홀의 3개 홀에다가 세종문화회관까지 모두 정복한 유일한 한국인이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내년 하반기에는 예술의전당에서 독창회도 열 계획이다.
내년이면 어느덧 데뷔 24주년이 되는 그는 음악 인생 2막을 진지하게 고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때는 세계적인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고, 또 한때는 '국민' 수식어를 이름 석 자 앞에 붙이고 싶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행복한 음악가'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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