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책 대신 영상으로 만든 에세이죠"
다른 제작진과 배우들은 독일로, 영국으로, 벨기에 각지로 돌아가고 유태오 혼자 호텔에 남겨졌다.
극심한 외로움과 두려움에 빠져 있던 와중에 미국에서 오디션 제안이 왔다.
이동할 수 없으니 영상을 촬영해 보내야 했다.
혼자 남겨진 유태오는 리딩 상대방을 먼저 연기하며 스마트폰으로 녹화하고 그 영상을 보며 다시 자신의 역을 연기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닌 벨기에 앤트워프 지역과 호텔방에 갇힌 자신의 이야기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한국에 돌아와 아내 니키 리, 동료 배우 천우희와 이제훈, 영화배급사 관계자 등 지인들에게 촬영분을 보여주고, 이들의 도움으로 추가 촬영을 해 1시간 남짓 분량의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을 내놨다.
23일 오후 시사회에 이어 열린 간담회에서 유태오는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며 "이렇게 극장에서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찍기 시작한 게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 생존하려고 찍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혼자 고립된 상황이 정말 두려웠고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솔직한 저의 모습이고 저의 민낯을 드러내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연기자로서 걱정할 필요 없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하는 게 어려웠죠. 혼자 촬영하려니 삼각대에 휴대전화를 받쳐놓고 누가 가져가지 않나 걱정하면서 휴대전화를 쳐다보지 않고 얼른 지나가고 다시 휴대전화를 챙겨오고 했으니까요.
"
팬들이 지하철에 걸어준 생일 광고판 앞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이미 SNS를 통해 공개해 화제가 된 영상이다.
감독으로서 차기작을 묻는 말에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배우 생활하면서 곡도 쓰고, 제가 쓴 시로 동화도 만들었어요.
원래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친구들, 니키와 '이런 건 정말 재밌겠다' 하며 이야기도 많이 해요.
지금은 배우로서의 커리어에 집중하겠지만,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이야기가 많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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