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희·임선애·윤단비, 충무로영화제 감독주간 폐막 대담
변영주 "OTT 부상에도 영화는 안 없어져…극장의 힘 거대"
충무로 신예 여성감독 3인방 "가장 큰 고민은 차기작" 이구동성
"빨리 다음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올해 거의 집에만 박혀 있었어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가장 잘 지킨 사람 중 한 명이죠. 근데 아직도 앞이 안 보이네요.

"(김초희 감독)
최근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신인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기작과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30일 온라인으로 중계한 제6회 충무로영화제-감독주간 폐막 대담 행사 '환장 토-크: 영화가 뭐길래'를 통해서다.

영화제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 변영주 감독이 사회를 맡았고 김초희, 임선애, 윤단비 감독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이들 3명은 지난해 각각 내놓은 장편 데뷔 영화에 호평이 쏟아지며 촉망받는 신예 감독으로 부상했다.

10년 넘게 영화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김초희 감독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연출했고, 50여 편의 영화 스토리보드 작가로 활동한 임선애 감독은 '69세'를 내놨다.

1990년생인 윤단비 감독은 대학원 졸업 작품 '남매의 여름밤'을 선보였다.

모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여성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윤 감독은 이날 대담에서 "'남매의 여름밤'이 개봉한 뒤 1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며 "많은 분이 명절 인사처럼 차기작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하더라"고 했다.

"자기복제는 안 하고 싶어요.

기왕이면 잘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장고를 하게 되네요.

주위에선 홀수째 영화를 잘 만들면 짝수째 영화 정도는 잘 못 돼도 된다고, 계속 필모그래피를 쌓으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
충무로 신예 여성감독 3인방 "가장 큰 고민은 차기작" 이구동성
임 감독 역시 "편집할 때부터 미리 다음 작품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릴 들었다"며 "고민만 하다가 허송세월한다고들 하는데 그 고민의 연장선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 감독은 후배들의 고충에 공감하면서 "한국영화감독조합원들에게 가장 큰 소망을 물어보면 차기작이라고 답한다"면서 "영화가 개봉했을 때 감독이 듣는 가장 큰 칭찬도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2012년 '화차' 이후 영화 연출을 하지 않고 있는 변 감독은 "저는 언제부턴가 다음 영화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없어졌다"며 "잘 만들지 못할 바에 안 만든다는 생각도 했다"고 고백했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피우게 하는 게 촬영 현장"(김초희), "현장에 가면 도망가고 싶다"(윤단비)고 말하면서도 세 신인 감독은 영화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윤 감독은 자신을 설명하는 데 절대 빠져선 안 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영화"라고 답하고 "예전에 셋이 함께한 술자리에서 영화를 빼고 다른 취미가 있냐는 질문이 나왔는데 유의미한 대답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도 "다른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영화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안 바뀐다.

생긴 대로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촬영장에 가면 배가 고프다는 생각조차 안 든다는 임 감독은 "현장에 나가고 싶어서 계속 영화를 준비한다"고 강조했다.

충무로 신예 여성감독 3인방 "가장 큰 고민은 차기작" 이구동성
변영주 감독은 사회자로 참석했지만, 소신 있는 발언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며 대담을 이어나갔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영화계 전망이 어두울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변 감독은 "플랫폼이 무엇이냐의 문제지 영화가 없어질 일은 없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영화관에서는 혼자서 볼 때는 할 수 없는 '공통의 경험'을 할 수 있어요.

100명 넘는 사람이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각각의 감정을 갖는 게 없어질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극장이 갖는 거대한 힘이죠."
박스오피스나 시청률 등 흥행에 초점을 둔 콘텐츠 제작을 두고서는 "그게 (흥행하겠다고) 결심만 한다고 되는 것이냐"며 "열심히 해보고 안 되면 반성할 일이고 잘되면 잘난 척하는 정도"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