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 '수출>내수' 잇단 역전…음반 수출 사상 최대
유튜브 MV 조회수 해외비중 절대우위…'외국팬 눈치 보기' 예삿일

전 세계 K팝 열기가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대중음악 시장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 팬의 호응 여부가 K팝 스타의 음반 판매량과 유튜브 조회 수는 물론, 음악 방송 1위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연예기획사마다 이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안간힘을 쓰는 한편, 행여나 심기를 건드리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K팝 해외시장 폭풍 성장…음악방송 1위도 외국팬이 좌우
◇ K팝 시장 국경 사라진다…해외 매출 급성장

K팝 시장의 해외(수출) 매출이 급성장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세븐틴·엔하이픈 등을 거느린 하이브의 올해 상반기 매출(이하 연결 기준) 4천569억원 가운데 국내 비중은 24.96%에 그쳤다.

북미가 19.83%, 아시아가 11.27%, 기타 국가가 2.31%였다.

국가를 특정하기 어려운 '온라인' 매출이 41.44%였는데 여기에는 일부 국내 매출도 섞여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해외 매출로 추정된다는 것이 하이브의 설명이다.

결국 하이브 매출은 국내보다 해외 매출이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다.

트와이스와 스트레이키즈 등 인기 그룹을 거느린 JYP엔터테인먼트도 올해 상반기 매출 729억원 가운데 수출이 395억원, 내수는 333억원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JYP의 가장 큰 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음반·음원 매출을 들여다보면 올해 상반기 수출이 196억원, 내수가 216억원으로 차이는 약 20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 JYP의 음반·음원 매출이 수출 84억원, 내수 243억원이었던과 비교하면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 것이다.

K팝의 해외 인기가 수직 상승하면서 전 세계 팬을 고객으로 삼는 온라인 유통 채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팝 음반과 굿즈 상품 등을 판매하는 'K타운포유'는 해외 팬을 겨냥해 한국어와 영어는 물론, 중국어·일본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홈페이지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K타운포유를 운영하는 에이치엠인터내셔날의 지난해 연매출은 1천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3.4%나 급증했다.

K팝 해외시장 폭풍 성장…음악방송 1위도 외국팬이 좌우
◇ 해외 팬 '공구'· '클릭'이 성공 열쇠…음악방송 1위도 가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팬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느냐가 음반 성공의 열쇠가 됐다.

국내 판매량만으로는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름을 알려야 하는 신인 그룹일수록 해외 팬 확보에 목을 맨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보이그룹 음반 판매량이 많이 늘었는데 해외 팬 지분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라며 "음반 판매량을 성공의 기준으로 본다면 해외 팬 수가 분명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 관계자 역시 "미국과 남미 시장에서 K팝 그룹이 잘 되면서 신보 외에 구보(옛 음반) 판매량까지 의미 있는 수치로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팬들도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년간 못하던 콘서트가 재개되면 해외 시장이 더욱 큰 조명을 받게 될 것 같다"고 짚었다.

K팝의 또 다른 주요 소비 채널인 유튜브는 아예 해외 팬의 손가락 끝에 흥행 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에 따르면 국내 대표 걸그룹 블랙핑크의 최근 1년간 유튜브 조회 수는 91억5천만건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국내에서의 조회 수는 3억6천100만건으로 그 비중이 4.0%에 그쳤다.

나머지 96.0%는 해외에서 시청했다는 것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인도네시아가 7억5천800만건으로 가장 많았고, 태국(7억3천600만건)·인도(6억7천900만건)·필리핀(6억3천800만건)·멕시코(5억1천400만건) 등의 순이었다.

유튜브 조회 수는 음악방송 순위 산정에도 쓰이기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한 지상파 음악 방송의 경우 순위 집계 방식에서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 수를 의미하는 'SNS 점수'가 30%나 된다.

음반·음원 성적이 비슷하다면 해외 팬들이 얼마나 뮤직비디오를 시청했는지에 따라 1위 트로피의 주인공이 갈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K팝 해외시장 폭풍 성장…음악방송 1위도 외국팬이 좌우
◇ 해외팬 눈치 봐야 하는 기획사들…조심 또 조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K팝 연예기획사들은 각종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자 국내 소비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문화적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 정서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사안이라도 다른 나라 팬들의 화를 돋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 에스파의 지젤이 최근 한 촬영 현장에서 흘러나온 SZA의 '러브 갈로어'(Love Galore)를 무심코 따라 불렀다가 가사에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niggas)라는 단어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사과까지 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없는 가사를 지어 부른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일부 해외 팬으로부터 지적이 나오자 영문으로 "잘못된 단어를 입 모양으로 말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또 걸그룹 아이즈원은 지난해 6월 티저 영상에서 멤버 권은비가 이마 중앙에 붙이고 나온 보석이 힌두 문화권에서 종교적 의미로 착용하는 '빈디'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뮤직비디오 본편에서는 삭제한 바 있다.

블랙핑크도 지난해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 힌두교 신 '가네샤'의 신상을 사용했다가 인도 팬들의 항의에 해당 장면을 수정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