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1TV '역사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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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9년 만에 부활한 정통 다큐멘터리 '역사스페셜'에서 고종의 국새로 조선의 외교를 조명한다.

최근 문화재청은 2019년 미국에서 환수한 고종의 국새 '대군주보(大君主寶)'를 보물로 지정했다. 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한국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이 국새에는 'W. B. Tom'이란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해외에 밀반출된 후 국새를 소장했던 외국인이 자신의 이름을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보물 지정 이후, 처음으로 대군주보의 모습을 공개한다.

대군주보가 제작된 19세기 말 조선 왕실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놓여 있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을 앞두고 고종은 국권을 상징하는 국새를 만들도록 명했다. 국새(國璽)란 외교문서와 행정문서 등 공문서에 주로 사용한 도장이다. 이전까지 명과 청으로부터 받은 '조선국왕지인(朝鮮國王之印)'을 국새로 썼던 조선이 사대적 외교관계를 청산하고 독립된 주권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외국과의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후 조선을 향한 열강들의 이권 침탈이 본격화된다.
/사진=KBS 1TV '역사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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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를 잃은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아관파천을 단행한다. 약 1년 만에 경운궁으로 환궁한 고종은 1897년 10월, 국호를 '대한', 연호를 '광무'로 고치고 황제즉위식을 거행한다. 고종은 황제의 나라에 걸맞게 대한국새, 황제지보, 제고지보 등 총 9과의 국새를 제작한다.

그러나 19세기 말, 근대국가를 꿈꾸며 황제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고종의 바람은 실현되기 어려웠다. 러일전쟁에서 승리를 거머쥔 일본이 본격적으로 대한제국 보호국화를 추진하는 긴박한 상황 속, 고종 황제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외교적 선택은 '밀서(密書) 외교'였다. 그는 세계 각국에 일본의 만행을 드러내고 전시 중립을 선포하기 위해 친서를 보낸다. 이때 사용한 국새가 바로 황제의 비밀국새로 알려진 '황제어새'다. 고종의 밀서에 사용된 국새의 흔적을 통해, 자주 독립국을 향한 대한제국의 꿈과 한계를 짚어본다.
/사진=KBS 1TV '역사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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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 직후인 1911년 3월, 조선총독부에 인계되어 일본 궁내청으로 들어갔던 국새들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 인계된다. 하지만 6.25 전쟁을 겪으며 외교용 국새인 "대한국새"를 비롯해 수십 개의 국새가 유실되고 말았다.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제작된 국새들을 통해 조선의 마지막 왕이자 대한제국 최초의 황제인 고종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외세로 인해 혼란했던 시기, 국가의 운명과 함께하며 갖은 수난을 겪은 국새가 들려주는 '역사스페셜'의 '어긋난 선택 – 고종, 네 번째 국새'는 오는 26일 화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