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이진주 PD/사진=티빙 제공
'환승연애' 이진주 PD/사진=티빙 제공
"이런 응원, 생각도 못 했죠."

지난여름,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으면 2030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는 각종 패러디 콘텐츠가 넘쳐났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열혈 시청자임을 인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에 MZ세대 여성들이 푹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다시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은 리얼 연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많은 연애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고, '환승연애'가 공개될 시점에도 여러 프로그램들이 등장했지만 '환승연애'의 반응은 역대급이었다. '환승연애'를 보기 위해 티빙을 결제했다는 이들까지 나올 정도였다.

'환승연애'를 만든 이진주 PD는 '삼시세끼', '여름방학' 등 tvN 간판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왔던 인물. '환승연애'로 연애 관찰 예능프로그램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그동안 관찰 예능프로그램을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로 세밀하게 관계를 선보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이끌어냈다.
'환승연애' 출연진/사진=티빙 제공
'환승연애' 출연진/사진=티빙 제공
'환승연애' 마지막 커플 선택의 순간까지 공개된 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티빙 사무실에서 마주한 이진주 PD는 "출연자분들이 이해를 받지 못할까봐 마음을 조렸는데, 좋은 반응을 얻어서 다행이다"면서 "이번엔 정말 운이 좋았다"면서 주변 사람들을 챙겼다.

프로그램 기획안이 통과된 후에도 6개월이 넘는 섭외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게 방송을 준비했다던 이진주 PD는 "프로그램 성과도 좋지만, 저희들끼리 '정말 재밌는 꿈을 꾼 거 같다'는 말을 한다"면서 "그런 작업이 끝나니 서운하기도 하고, 뭔가 졸업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솔직하게 시즌1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출연했던 커플들이 연예인들이 아니니 시즌2를 같이 할 수 없잖아요. 그분들을 떠나보내는 게 서운했어요. 얼마 전에 편집실을 정리하는데, 그것도 서운하더라고요.(웃음)"

'환승연애'는 세밀하게 각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이들의 마음이 변화하고, 새로운 감정에 눈 뜨는 모습을 전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닐 경우, TV 출연 이후 "악마의 편집"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환승연애' 출연자들은 방송 후 "젊은 날의 예쁜 기억을 만들어주셔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을 정도로 만족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제작진의 개입도 최소화했다. 촬영을 위한 장소를 섭외하거나, 데이트 선택 등 친해질 수 있는 단계를 설정하는 건 제작진이지만, 데이트 장소를 제안하고 코스를 짜는 것까지 출연진들이 직접했다고. 마음껏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 과정에서 연애할 수 있도록 판만 마련해준 것.

거의 매회 등장했던 '취중토크' 역시 출연진들이 직접 술을 사 마시면서 이뤄졌다. 이진주 PD는 "제작진은 음주를 못하게 할까도 생각했었다"면서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개입은 줄였지만 세밀하게 관찰한 부분을 바탕으로 이들의 입장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했다. 이진주 PD는 "각 출연자마다 아바타와 같은 작가들이 있었다"며 "출연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설명하려 했고, 그들을 보는 시청자들도 오해가 없도록 최대한 설명하려 했다"고 전했다. 다소 분량이 넘치더라도 출연자들의 감정선을 끊지 않고 최대한 보여주는 것, 지목 데이트와 진실게임 회차 등의 명장면은 그렇게 탄생했다.
/사진=티빙 제공
/사진=티빙 제공
'환승연애' 시청담이 넘쳐나고, 화제성 지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내부에서도 칭찬이 나오고 있다고. 특히 티빙을 이끄는 이명한 대표는 KBS에서 CJ ENM 이직 후 '더 로맨틱' 시리즈를 선보이며 연애 관찰 예능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이진주 PD는 "이게 영상으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만, 사전에 문서로 정리된 걸 보는 건 복잡한 일인데 그걸 하나하나 다 검토하고, 이해해 주셨다"면서 "초반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용기를 얻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잘 보고 있다는 연락을 주시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OTT 플랫폼에서만 방영되는 건 처음인데, 시청 시간, 지속 시청시간 이런 것들도 다 나오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길게 나오는 걸 보면서 집중력 있는 콘텐츠라는 걸 느껴 뿌듯했어요."

봄에 촬영을 시작했고, 가을에야 방송까지 마무리됐다. 마지막 방송에서 환승 커플인 김보현과 곽민재, 재회 커플인 고민영과 이주휘 탄생하면서 시즌1 대단원이 마무리됐다. 이제 남겨진 궁금증은 이들 출연진 중 실제 로맨스를 이어가는지 여부다.

이진주 PD는 "사생활의 영역"이라며 말을 아꼈다.

"방송 이후에도 다들 친하게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저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분들이 '여기 나와서 좋았다'고 생각하길 바랐어요. 최종 선택을 하는 부분도 그 부분을 가장 염두에 뒀어요. '환승연애'가 그분들 기억에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