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영화 '아네트' 감독 부산 방문…"홍상수 영화 많이 봤다"
칸 감독상 작품 들고 온 레오스 카락스 "나쁜 아빠 이야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칸영화제 수상작 '아네트'를 들고 찾은 프랑스 출신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10일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주 나쁜 아빠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뮤지컬 영화인 '아네트'는 유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가 오페라 스타 앤(마리옹 코티야르)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딸 아네트를 얻지만, 어두운 심연에 빠져 비극으로 치닫는 과정을 따라간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이다.

카락스 감독은 "가장 최근 작품 2개('홀리 모터스'·'아네트')는 내가 아버지가 되고 나서 만들었다.

아버지에 관한 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뭔가 해답이 없는 의문점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다"며 "사실 내가 딸에게 나쁜 아빠는 아닌가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속 헨리는 자신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아내와는 성공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 속에서 어두운 생각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급기야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술에 취해 앤을 바다로 밀어버리게 되고, 엄마의 빼어난 노래 실력을 갖춘 어린 아네트가 관심을 받자 아네트를 데리고 전 세계로 공연하러 다닌다.

카락스 감독은 "심연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되면 그 아래로 빠질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아래를 꼭 쳐다만 봐야 하는 것이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인인 헨리 부부의 행복했던 삶이 점점 망가져 가는 과정을 보여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왜 성공을 원하는지, 어떻게 성공하고, 성공하면 어떻게 변하는지, 그래서 삶은 어떻게 바뀌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독특한 점은 마지막 장면을 빼고는 0∼5세 나이로 설정된 아네트를 아역 배우가 아니라 목각 인형이 대신 연기한 점이다.

카락스 감독은 "노래를 할 수 있는 아역 배우를 찾지 못했고, 처음에는 3D 이미지를 생각했지만, 배우들과 감정 교류가 힘들다고 생각해 해결책으로 인형을 사용하게 됐다"며 "헨리와 아네트가 대면하는 장면으로 영화를 끝낼 생각이었는데, 그때쯤 (적합한) 아역배우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네트는 아빠를 비난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헨리가 행한 범죄는 사회적으로 처벌을 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런 처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네트는 '아빠는 나를 사랑할 수 없다'고 노래하면서 실질적인 처벌을 한다.

그게 바로 헨리가 받는 벌"이라고 덧붙였다.

'아네트'는 카락스 감독이 처음으로 영어 대사로 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카락스 감독은 영화 제작에 있어 영어와 불어 사이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며, 영어 노래를 많이 들어온 점이 이번 영화를 영어로 만들게 된 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뮤지컬 영화를 제작하게 된 데는 미국 밴드 '스팍스'의 제안이 있었다고 전했다.

항상 음악과 함께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기에 그 제안이 행운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접해온 스팍스 음악에 편안함을 느꼈다며, 영화에 쓰인 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카락스 감독은 "부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비행기와 기차를 타고 이렇게 영화제를 찾을 수 있어 기쁘다"며 "최근에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데, (팬데믹으로) 봉쇄를 겪는 동안 집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많이 봤다고 했고,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 영화에 관심도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