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근깨 시골 소녀가 인기가수로 변신…'미녀와 야수' 모티브

"자, 또 한 명의 당신으로 살아 봅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합니다.

"
따뜻한 판타지 실현하는 메타버스 애니 '용과 주근깨 공주'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는 확장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10대 소녀의 성장기를 따라간다.

엄마의 죽음 이후 노래를 할 수 없게 된 주근깨 소녀 스즈가 50억 명이 이용하는 가상세계 'U'에서 화제의 가수 벨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늑대아이'(2012) 등을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이제는 일상 곳곳에서 낯설지 않게 마주하는 메타버스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통찰력 있게 다룬다.

U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는 실제 사람의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들은 가상의 존재지만, 완전한 허구는 아니다.

사람의 외모, 움직임은 물론 내면이 모두 반영된 아바타는 현실 세계에서는 숨겨졌던 능력을 발현하기도 한다.

스즈의 숨겨졌던 능력은 바로 노래였던 것.
벨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콘서트 현장, 불청객 용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용은 U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싸움꾼으로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 의문의 존재다.

온몸에는 멍이 든 채 망토를 걸친 용의 모습은 사람의 형상은 아니다.

따뜻한 판타지 실현하는 메타버스 애니 '용과 주근깨 공주'
사람들은 용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용의자들을 추려내는데, 홀로 외롭게 사는 현실과 달리 인터넷상에서는 행복한 가정의 현모양처인 양 연기하는 인물, 겉으로는 예의 바르지만, 실제는 폭군이란 루머에 시달리는 야구선수 등을 등장시킨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소셜미디어서비스(SNS)와 현실과의 괴리,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 등의 모습을 보여준다.

혐오의 대상이 돼버린 용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비난도 마찬가지다.

벨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용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려 한다.

사람들을 피해 궁에 숨어버린 용을 찾아 나서고, 그를 위험에서 구해내기 위해 자기희생적인 용기를 낸다.

이는 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잔뜩 움츠러들었던 스즈를 구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벨 안에 있는 따뜻한 스즈의 마음이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판타지를 완성한다.

벨과 용은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미녀와 야수의 모습을 닮아있는데, 실제 영화는 이 작품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U에서 스즈의 이름이 벨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양면성을 주요 테마로 한 '미녀와 야수'를 차용해 현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인터넷 세상이 도래한 현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따뜻한 판타지 실현하는 메타버스 애니 '용과 주근깨 공주'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영화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영상미도 화려하다.

다채로운 캐릭터의 등장은 물론 우주 같은 깜깜하고 무한한 배경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3D 애니메이션 효과들이 계속 쏟아진다.

영화는 제74회 칸영화제 '칸 프리미어'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오는 29일 개봉. 상영시간 121분. 전체관람가.

/연합뉴스